11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9월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가 발간됐다. 유권자들이 트럼프냐 바이든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트럼프는 무엇을 기대하고 인터뷰를 했고 우드워드는 하필 이 시기에 책을 발간했을까?
밥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언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금도 미국 정가에서 독보적인 입지와 역할이 상당하다.
트럼프에 대한 책은 올 들어 여러 권이 출간됐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출간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의 지도자적 자질에 대해 맹공격을 했다. 한낱 돈벌이를 위해 세계 외교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업무와 정책을 낱낱이 까발려도 되는 것인지, 최근 연방검찰은 존 볼턴이 기밀 정보를 잘못 취급했을 가능성에 대한 범죄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볼턴 회고록을 펴낸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는 7월에는 트럼프의 조카딸 메리 트럼프의 ‘너무 많고 절대 충분하지 않다’를 출간했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었는가’는 소제목에서 보듯 트럼프에게 부정적인 책이다.
이외에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 서술이 담긴 회고록을 쓴 전직 관료들은 무수하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 앤드류 매케이브 전 연방수사국 부국장, 클리프 심스 백악관 전 홍보보좌관, 오마로사 매니골프 뉴먼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 등. 트럼프로부터 해임되거나 사임된 이들이다.
책 20여권을 쓴 ‘작가 트럼프’는 ‘부자 되는 법’-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계약서를 써라. ‘글로벌 시대의 부동산 투자전략’ -성공은 구체적인 사고, 상황인식, 장애물 측량, 실행의 결단성에서 나온다, ‘정상으로 가는 길’ -간결하게 핵심만 찔러라, ‘보통사람들의 부자되기 90일’ -일은 부지런히 하는데 출세 못하면 엉뚱한 일만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등등의 책마다 긍정적이고 승부사 기질 넘치는 트럼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 트럼프’는 워낙 하고 싶은 말을 즉흥적으로 하고 거짓말을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은 이것이 진짜일까 가짜일까를 잘 판단해야 한다.
밥 우드워드는 2018년 ‘공포(Fear)’- 백악관의 트럼프를 출간하여 트럼프의 돌발성과 무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었다. 트럼프를 그것을 알고도 지난 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왜 18번이나 인터뷰를 했을까? 더구나 2017년 한반도 위기설, 미북정상외교 내막, 한미관계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 이 책이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이 책 발간으로 우드워드가 곤란한 처지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트럼프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숨겼다고 폭로했지만 자신의 책 출간을 위해 바로 공개 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책 말미에서 ‘트럼프는 폭탄이다’는 결론을 내려 기자로서 내리지 못할 평가를 담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트럼프는 이 책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편들어줄 것을 기대했던 것일까? 자신의 자신감과 화술로 밥 우드워드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아무래도 이 모든 것이 트럼프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으로 보인다. 언론과 각을 세우고 있지만 언론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집착증, 대선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비판 서적을 역이용하여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시 확인하고 부동층까지 지지층 결집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밥 우드워드가 누군데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책을 쓰리라 믿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 구설수를 통해 세간의 입소문이 오르내리는 것, 그 어떤 선거유세나 TV광고보다 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 이상으로 ‘술수가 뛰어나고 영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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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