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드 자카리아
민주당 전당대회는 연방헌법 서문을 암송하는 미국인들의 모자이크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미국을 구성하는 종족과 인종 그리고 성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다. 그러나 이번 컨벤션의 모자이크 영상은 11월 대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당의 이념적 다양성 과시에 방점이 찍혔다.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진보의 아이콘인 버니 샌더스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중도파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출신의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보수계 인사인 존 케이식과 신디 매케인, 콜린 파월 등이 총출동했다. 진보적 성향을 지닌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중 한 명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공화당 인사들이 대거 출연한 것을 두고 “딕 체니는 언제 연설을 하느냐”는 조롱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트위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하는 듯 보인다. 그는 ‘빅 텐트’(big-tent)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승리 공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인 윌 로저스는 “나는 조직된 정당의 당원이 아니라 민주당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가 농담조로 던진 이 한 마디의 말에는 중요한 진실이 담겨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민주당은 남부 인종격리주의자로부터 북부의 진보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이념군에 속한 사람들을 끌어안으면서 미국의 정치판을 지배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식의 거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형성된 정치 연합체는 대공황의 늪에서 미국을 건져냈고, 소셜시큐리티, 메디케어, 푸드 스탬프와 헤드스타트를 비롯, 백인과 소수계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숱한 프로그램의 의회통과를 견인했다.
빅-텐트는 민주당만의 선거 승리 공식이 아니었다. 1980년대 공화당 재편작업에 착수한 로널드 레이건은 그 역시 한 때는 민주당원이었고, 노조까지 조직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지적해가며 민주당의 호응을 유도했다. 그는 민주당 평당원들에게 깍듯한 경의를 표시했고, 수십 년 지켜온 정당 충성심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익히 알고 있다며 민주당 이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는 교계의 우파 인사들에게도 추파를 던졌지만, 그들과의 사이에 일정한 물리적 거리를 두었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임한 8년 동안, 매년 열린 낙태반대 집회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백악관에서 불과 반 마일 떨어진 곳에서 집회가 열렸을 때조차 직접 발길을 하지 않은 채 전화로 지지의사를 전달했다.
올해 초,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민주. 뉴욕)은 “다른 나라였다면 나는 절대 바이든과 같은 정당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경우가 다르다.
우선 미국은 대단히 광활하다. 사실, 건국의 조상들은 도시국가와 같은 조그만 나라에서만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들은 미국처럼 넓고 다양한 국가의 경우 민주적 절차를 고수하는데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당시 그들의 생각은 앨러니 산맥 동쪽에 자리잡은 13개 콜로니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3억3,000만 명의 인구를 거느린 지금의 미국은 경제활동과 지리, 역사 및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편차를 보이는 대륙국가다. 이런 거대국가의 경우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일부 이념전사들이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려면 비도덕적인 절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것이 일을 성사시키는 듬직한 방법이다. 현재 샌더스는 미국 정치계의 강자이고, 지난 몇 년간 중요한 이슈를 숱하게 제기했으나 지난 30여 년 간의 의정활동 중 그의 발의로 제정된 법안은 고작 7건에 불과했다. 누구든 자신의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전환하고 싶다면 국가가 처한 정치적 현실과 씨름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이민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국가기반시설에 관한 것이든 정치적 연합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 때에만 지속력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정치비평가인 에즈라 클라인은 특히 민주당의 경우 광범위한 호소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부 백인지역과 남부의 흑인 및 서부의 라티노 밀집지를 아우르는 민주당의 선거구민은 공화당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여기에 직접투표에서 과반수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하더라도 공화당이 정권을 잡는데 유리하게끔 짜여진 선거구 재구획과 선거인단 선출방법까지 추가되면 민주당은 빅-텐트 정당이 되어야만 하는 절박하고도 실질적인 이유를 갖게 된다.
이런 종류의 광범위한 접근법은 더 큰 덕목을 갖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념적 다양성을 지닌 팀은 이념적으로 통일된 팀에 비해 보다 나은 성과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연구결과를 요약해 정리한 과학자들은 개인차원에서 편향성은 대체로 어리석은 투자와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지지만 강력하고 다양한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집단의 구성원들은 정열적이고, 근면하며 그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학자들은 “편향성이 한데 뒤섞여있고, 참여와 협력 의향이 있는 집단은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스탠퍼드대 학자들은 523명의 등록유권자들을 여러 개의 소그룹으로 나눈 뒤 의견불일치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며칠 후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모두 그들의 견해를 상당부분 수정했고, 미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 중”이라고 믿는 참여자들의 비율도 30%에서 60%로 늘어났다. 만약 민주당이 계속 이런 종류의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수용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아마도 이 나라의 고장난 민주주의 문화를 치유할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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