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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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역할

2020-08-17 (월)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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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00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첫 상담을 하는 학부모들이 대부분 묻는 공통된 질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는 부모의 드림스쿨인 경우가 적지 않다. 대입 컨설팅을 오래 하다 보니 ‘도통’했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처음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학부모가 생각하는 것들의 상당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질문을 하나 던진다. “00대학이 아이도 가고 싶어하는 대학인가요?” “아이도 그 대학을 가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합격할 수 있겠어요?”


짤막한 대화에서 두 가지 이슈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아이가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력은 얼마나 되는 지에 관한 것이다. 먼저 후자를 다룬다면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사안이다.

목표만 높고 실력이나 스펙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은 높아진다. 설령 어느 정도 된다고 해도 미국의 입시에서는 어떤 확신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SAT 만점에 AP를 10여개나 공부했고, 클럽 회장을 했으니 당연히 아이비리그 진학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지던 학생이 아이비리그는 물론, 명문 사립대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은 게 미국 대입이다.

실례로 LA 동부 명문 리버럴아츠칼리지의 경우 만점자 절반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미국 대학입시는 쌍방향이다. 지원자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듯이 대학은 대학이 원하는 지원자를 뽑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시전략을 세울 때 항상 차선을 준비하면서 드림스쿨에 도전하게 된다.

전자의 이슈로 돌아가 부모와의 대화가 끝나면 학생과 상담을 하게 된다. 통상 이런 경우 컨설턴트 중 경험이 많으면서도 비교적 젊은 사람을 배치한다. 대화가 통하면서 학생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인데, 그래야 학생은 속마음을 털어놓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이 시간이 신나고 즐겁지만, 또다른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쌓여왔던 부담이나 상처를 표출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고,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와의 생각의 차이, 부모는 느끼지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와 스트레스 등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 온 것이다. 그래도 속내를 드러내는 학생들은 이를 통해 일부분이나마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컨설턴트들과 함께 부모와 자녀의 생각을 모두 파악하고, 실력 분석을 통해 하나씩 플랜을 세워 진행하며 도전에 나서게 된다. 물론 일찍 상황파악이 이뤄질수록 수정과 보완 시간을 벌게 돼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결과도 좋아진다.


2021년 가을학기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시시즌 막이 올랐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입시환경에 적잖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예년에 비해 조금 더 혼란스러워 하면서 불안감도 높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냉철한 판단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먼저 강조하는 것은 입시의 주연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다.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녀의 의견을 먼저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 “내 아이에 대해 부모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묻는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위험한 자신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갖기를 당부한다. 그 다음은 현실을 바탕으로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다. 욕심과 의욕만 앞선다면 얻을 수 있는 것도 놓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금에 와서 지난 시간을 들이대며 못한 것이나 부족한 것을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주변의 학생과 비교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 이는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입시준비는 최선을 찾아보고 도전하는 데 매진하는 게 가장 좋은 자세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편입과 같은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 것도 나쁜 선택이 절대 아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해 왔는데 기대에 부응 못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과 아쉬움 등으로 인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감정 노출보다 조연으로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지혜를 나눠주는 게 아이에게는 힘이 되고, 부모 역시 마음이 편해지는 현명한 방법이다.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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