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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MLCC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2020-08-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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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MLCC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는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그녀와의 사랑이 켜켜이 묻어 있다.

그때 지리산 계곡의 우리 집에선 물방앗간에서 돌리는 수차에 횟대를 연결해 발전기를 돌리고 대나무와 소나무로 엉성하게 전주를 연결해 5촉 등으로 전깃불을 밝혔다.

등잔불과 호롱불로 형설의 공(?)을 닦던 나는, 제삿날에나 켜는 촛불 5개의 밝기라는 ‘5촉등’에 신세계로 이동했다.


그래서인지 전기에 관심이 많았다. 대못에 에나멜선을 감아 건전지로 연결하면 못은 전자석이 되어 쇠붙이를 주렁주렁 끌어당겼다.

도랑물을 막아 수차를 돌리고 엉성하지만 자석에 코일을 감아 발전을 하려고 엄청 시도를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헌 건전지를 뜯어 탄소막대와 구멍이 숭숭 난 아연판 사이에 염화암모늄을 걸쭉하게 반죽해 다시 감아 싸고는 미미하나마 전기를 뽑아보았다.

꼬마전구가 어둠속에서 불그레하게 발열을 하는 그 희열, 그런 기분에 과학자들이 날밤을 새울 것이다.

전기 없이 산다는 것은 빅뱅이라도 나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후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간단히는 깊은 산중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사는 방법이 있기는 하겠지만 영원히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전기를 만드는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축전이다.


농사짓고 거두어 들여서 상하지 않게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하려면 말리거나 얼리거나 염장(鹽藏)을 해야 한다.

기술을 들이면 방부처리나 진공포장 등이 가능하겠지만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배터리(축전지)였다.

전기버스의 모터를 돌리는 전기는 농짝만큼이나 큰 배터리팩에서 나온다.

커야 많은 축전을 하기 때문이다. 50kwh급 2팩을 연결해 630 볼트를 낸다.

일반 자동차에는 발전기와 배터리가 있어서 배터리로 시동을 걸면 발전기로 계속 쓰는 전기를 만들고 또 저장한다.

이 배터리의 전압은 승용차용 12볼트, 트럭용 24볼트 정도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 등에 쓰이는 커패시터(축전기; capacitor)란 것이 놀라운 물건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콘덴서(condenser)라고도 하는데 광학분야에서 집광기(빛을 모으는 기기)나 기체역학에서 응축기(기체를 액체로 변화시키는 기구)를 콘덴서라고 하니 헷갈릴 수가 있다.

이 커패시터는 시루떡을 쌓듯이, 고층 아파트를 짓듯이, 쌓아올린(적층)것을 그 소재인 세라믹(고령토)과 함께 적층(Multi Layer) 세라믹(Ceramic) 커패시터(Capacitor)라고 부른다.

하는 일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주로,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전압이 요동치지 못하게 막고 집적회로를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그러면 전자부품은 제 기능을 하고 수명도 길어질 것이다.

자그마한 스마트 폰에 이 MLCC가 1,000여개 들어 있는데 비해 전기자동차엔 열배가 넘는 1만 3,000개, 앞으로 나올 IOT 자율주행차엔 1만 5,000개가 들어갈 것이라 한다.

반도체 집적회로 옆에 붙어서 필요한 전력을 축전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또 축전해 두는 것이라 골퍼와 캐디 같은 역할이다.

최근에 삼성전자가 사촌인 삼성전기의 사업장을 늘여 MLCC를 많이 만들겠다 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분야에 앞선 일본의 무라타 제작소(村田製作所)가 세계시장을 40% 넘게 차지하고 있단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볼 따름이다.

미중갈등으로 미국이 일부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자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정보기술의 흐름을 보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반도체와 커패시터 형제인 것 같다.


저술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For the better life(경남대학교 출판부)Turban의 전자상거래(싸이텍미디어, 역서)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2판, 공저자)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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