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 상하이·홍콩서 동시상장
▶ 중국 공산당원 입국금지, 반중국 규제 강화 등 이유
뉴욕 증권시장 나스닥 상장 붐이 일었던 중국 IT 공룡들이 중국 본토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한편 중국 거래소는 상장 문턱을 낮추는 등 유인책을 동원하고 있어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핀테크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이 중국 상하이와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 최근 미중 갈등 격화로 모회사인 알리바바가 상장돼 있는 미국 증시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앤트그룹은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스타마켓)과 홍콩거래소에서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앤트그룹은 상장시기와 상장으로 조달할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앤트그룹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9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모바일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앤트그룹의 자산가치가 2,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을 뛰어넘고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약간 못 미치는 기업가치다. 미국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의 기업가치 2,040억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IPO가 성사될 경우 최근 몇년간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앤트그룹의 중국증시 상장은 루이싱커피의 회계조작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미국증시의 반중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언론이 최근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입국 금지 추진’을 보도했는데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은 공산당원이기도 하다. 마윈은 앤트그룹 표결권 가운데 약 50%를 갖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증시를 강화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잔류를 요구하고 있다. 상하이증시의 과학혁신판은 미국 나스닥을 본보기로 만든 시장이고 또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홍콩상장도 장려하고 있다. 찰스 리 홍콩증권거래소 회장은 “앤트의 홍콩증시 선택은 글로벌 IPO시장에서의 홍콩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앤트 그룹처럼 최근 중국 대기업이나 첨단기술 기업이 나스닥이 아닌 중국 자본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활기를 띠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로, 지난해 11월 홍콩증시에 2차 상장했다. 홍콩거래소가 지난 2018년 3월 대주주가 경영권을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기업들을 유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경쟁사인 징둥, 게임회사 넷이즈 등도 올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와 대표 여행사 씨트립 등도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 격화는 중국 기업들의 본토 상장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루이싱 커피가 회계부정으로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된 이후 미국에선 중국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조짐이다. 연방 상원은 지난 5월 중국을 겨냥해 미국의 규제 및 감사기준을 지키지 않는 외국기업 상장을 폐지하는 ‘외국기업설명책임법’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13년 체결한 회계당국간 합의를 곧 파기할 계획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