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독립선언 244주년을 맞이하며

2020-07-13 (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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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미국은 하나의 민족이 세운 국가가 아니었다. 처음 서유럽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출신 이민자들이 먼저 들어오고, 뒤이어 북유럽의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지의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융합하여 미국을 건설하면서 왕정국가가 아닌 3권 분립의 민주주의 국가를 세웠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왔고 뒤이어 동유럽, 남유럽의 이민자들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오늘날 미국의 기틀이 잡히게 된 것이다. 미국은 값싼 노동력을 위해서 전세계로부터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서 다인종의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융합의 힘으로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다인종 사회라는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힘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국의 지위에 오른 미국이 지금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국가가 흘러나오면 온갖 색의 얼굴과 인종들이 USA를 외치며 하나가 되는 지금 미국에서 백인들이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면서 유색인종들에게 욕하고 너희들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물론 이런 몰지각한 백인들을 비판하는 백인들도 많다. 아직도 미국은 백인들이 50%가 넘는다.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의 영역에는 백인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정체성은 다인종에 의한 나라다. 백인들의 숫자가 많다고 미국이 백인의 나라는 아니다. 그리고 1964년부터 정부는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인종혐오를 연방법으로 다스리고 있다. 그러나 백인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아시계 등 다른 인종에 대한 고질적인 인종차별은 늘 존재했는데 지금은 그 도가 지나치고 있다.

2020년 독립선언 244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심각하게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코로나로 13만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를 막기 위한 해법을 두고도 국론이 분열되고 있고,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을 두고도 분열되고 있고, 특히 백인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서 더 분열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3개월이나 모든 사회적 활동과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기존의 국가 부채만큼의 돈을 뿌렸음에도 여전히 경제활동은 쉽지 않다.

이제 정부 지원금이 바닥이 나면 어떻게 될까? 밀린 렌트비와 각종 공과금이 점점 뇌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주의 엉터리 선거행정은 또 다른 분쟁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

코로나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잘 방어하고 버티지 못하면 수면 아래에 있던 수많은 분쟁의 모순들이 코로나로 인해 일거에 폭발하게 되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미국 독립선언 244년을 맞이하면서 무엇이 세계 최강의 미국을 만들었는지, 무엇이 미국의 정체성인지를 다시금 돌아보아야할 것이다. 이 엄중한 시기 200만의 미주 한인들은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고 생존하고 번영할 것인지를 현명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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