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사유는 국내일정…최근 관세폭탄 협박도 결정에 작용한듯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초청을 거절했다.
국내 일정과의 충돌을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실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가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관련해 오는 8일 백악관에서 열릴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USMCA는 지난 1일 발효됐다.
이 행사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참석해 취임 후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협정의 또 다른 당사자인 트뤼도 총리 측은 캐나다 의회 개회 및 각료회의 등 국내 일정을 정상회담 불참 사유로 내세웠다.
캐나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모든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가 백악관 행사에 참석할 경우 귀국 후 격리 기간이 오는 11일 캐나다 개회 일정과 겹친다고 뉴욕포스트는 설명했다.
다만 앞서 트뤼도 총리는 이와는 결이 다른 이유로 정상회담 참석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3자회담을 갖는 것이 적절할지 미국과 아직 의논 중이다"라며 "우리는 아무래도 미국이 최근 언급한 알루미늄,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재부과할 조짐이라는 최근 보도를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USMCA 협상 과정에서 해당 관세를 제거했으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대거 유입을 막기 위해 관세를 복원해달라는 국내 요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를 둘러싼 여러 우려 역시 정상회담 참석을 거절한 이유로 관측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에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트뤼도 총리가 '방역 모범'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거리 여행을 피했다고 전했다.
무역협정이 체결된 이후 미국과의 회담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간의 방역 노력을 뒤로 한 채 미국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뤼도 총리의 전 외교정책보좌관 출신인 롤런드 패리스 캐나다 오타와대 국제학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2m 이상 거리를 두겠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트뤼도 총리가 "팬데믹 사태에서 마스크 착용과 적절한 방역 대책에 대한 미국 내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