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퍼팅 이득 타수’ 134위, 지난주까지 6개 퍼터 고심 끝에 ‘일자형 블레이드’로 최종 낙점
▶ 중장거리 버디 쏙쏙...찰떡궁합, 투어 21승·13시즌 연속 우승 도와
지난 주 초까지도 더스틴 존슨(36·미국)은 무려 6개의 퍼터를 시험하고 있었다. 딱 맞는 옷 한벌을 고르면서 여섯벌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쇼핑으로 치자면 아주 드문 스타일의 남성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까다로워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드라이버 샷을 멀리 똑바로 치는 롱 게임 승부사로 유명한 존슨이지만 올 시즌 들어 퍼트가 특히 골칫거리였다. ‘퍼트로 얻은 타수 이득’ 부문에서 시즌 134위로 처져 있었다. 전 세계랭킹 1위라는 수식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었다.
퍼터 6개를 놓고 고민하다 대회를 앞두고 2개로 후보를 압축한 존슨은 일자형 블레이드 퍼터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퍼터가 존슨에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1승과 13시즌 연속 우승 기록, 133만2,000달러(약 15억9,000만원)의 우승상금을 가져다줬다.
존슨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의 리버하일랜즈TPC(파70)에서 끝난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9언더파 261타로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에 18홀 개인 최소타인 61타를 적으며 20위에서 2위로 껑충 뛴 존슨은 4라운드에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언더파를 보태 역전 우승했다. 단독 선두 브렌던 토드(미국)에게 2타 뒤진 채 4라운드를 맞았으나 2위를 1타 차로 따돌리는 뒤집기에 성공했다. 시즌 2승의 같은 조 토드는 5타를 잃어 13언더파 공동 11위로 떨어졌다.
지난 2008년 PGA 투어에 데뷔한 존슨은 전날 커리어 최고 성적을 냈다. 918회 라운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인 9언더파 61타를 쳤는데 퍼트 수를 단 26개로 막은 덕분이었다. 달아오른 퍼트 감은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4·5번홀 버디로 단숨에 공동 선두가 된 존슨은 8~10번 세 홀 연속 버디로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뒤 경쟁자들의 부진 덕에 3타 차까지 달아났다. 8번홀(파3)은 8m, 9번(파4)은 3m 버디였고 10번(파4)은 그린 밖에서 7.5m를 굴려 버디로 연결했다. 13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아웃오브바운스(OB) 처리되는 바람에 보기를 했지만 14번홀(파4) 5m 버디로 바로 만회했다.
존슨은 이 대회를 세계 6위로 맞았다. 랭킹 5위 밖으로 밀린 것은 2016년 메이저대회 US 오픈 우승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 8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한 후 9월에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10월에 시작된 2019~2020시즌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시즌 재개 후 세 번째 대회 만에 트로피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석달간의 투어 중단이 존슨에게는 약이 된 셈이다.
통산 21승은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 등과 같은 공동 30위 기록이다. 이날 우승으로 존슨은 데뷔 이후 13시즌 동안 매 시즌 1승 이상씩을 올리는 기록도 썼는데 이는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아널드 파머(미국)의 17시즌 연속, 타이거 우즈(미국)의 14시즌 연속 다음인 역대 4위 기록이다. 미국 골프채널은 “존슨은 투어에서 가장 꾸준한 우승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
양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