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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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좌절의 세월

2020-06-02 (화) 한태격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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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합중국이 불타고 있다. 동부주에서 서부주까지 남부주에서 북부주까지 미국 대도시에서 5일 째 방화, 기물 파손, 약탈 등이 자행되고 있다. 16개주 25개 대도시에 통행금지(Curfew)가 실시되었고 연방방위군이 투입되었다.

5월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경관이 흑인피의자 조지 플로이드(46)에 대한 취조과정에서 가혹행위 끝에 목숨을 잃은 사건에 분노한 흑인들이 그의 사인 규명과 가해 경찰관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항의로 시작된 시위는 과격, 불순분자들에 의하여 폭력화되고 말았다. 각 도시 경찰과 데모대들 간의 신체적, 물리적 대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차량은 방화의 대상이 되었고 번화가 스토어는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수도 워싱턴 DC에 소재한 백악관 인근 호텔건물까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는 TV 화면에 비춰지는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현상일 뿐이다. 언제 사태가 진정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도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중서부주 한 도시의 경관에 의한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500년 간 골 깊은 인종차별적 가혹행위”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경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500년간이라는 어구는 근대 백인들에겐 아킬레스 건처럼 매우 치명적 약점을 암시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1492년 이탈리아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스페인 왕실의 지원으로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그들이 신대륙을 식민지로 통치, 경영하면서 원주민들과 흑인들에게 자행한 노동착취 그리고 역사와 인권말살을 감행한 기간이 지난 500년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정복과 피정복의 관계에서 피정복자들 중 노예 계층이 존재하였지만, 로마시대는 전쟁에서 전공을 세우면 노예가 시민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세계를 제패한 징기스칸의 몽고제국도 고려 역사에서 보듯 내정을 ‘자치’하도록 허용하였고, 중동지역을 지배하였던 오스만 터키도 그리스 등 유럽지역을 통치하면서 피정복지의 언어와 문화는 존중하여 주었다.

그러나 지난 500년간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한 백인들은 달랐다. 그런 면에서는 북미주도 자유스러울 수 없다. 그 기나긴 수백년, 흑인들에게는 질곡의 세월이었고 좌절의 시간이었다. 흑백간 인종갈등, 빈부격차, 사회적 불평등은 미국의 정치인 지식인 예술가들 모두 인식하고 있었던 세기적 문제였으나 누구도 그 난제에 접근하려들지 않았고 함구하고 있었다.

이번 시위도 1965년, 1992년 폭동 때처럼 일정기간 불평등과 갈등 해소를 시도하려다가 시간이 지나면 봉합되어버릴 것이다. 또 다시 아픈 역사가 치유되지 않고 반복된다면, 자유와 인권을 최대의 가치와 덕목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소수민족 인권을 억압하고 탄압하고 있는 패권도전국 중국에 대하여 도덕적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전국적인 흑인 소요가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화되어 코로나 팬데믹 원인을 제공하여 세계인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된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숨통을 터주는 형국이 될 수 있고, 북경의 홍콩에 대한 강공도 효과를 걷을 수 있다.

5월30일 플로리다 주 케이프 캐너베럴에서 성공적으로 발사, 우주의 상업화 시대를 연 과학기술의 일등국가 국민들처럼, 인종간의 갈등과 사회적 불평등을 불식시킬 수 있는 국민이라면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될 것이고 그 어느 나라로부터도 도전받지 않을 것이다.

<한태격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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