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시리즈] 삶의 원칙 굳건히 세우고 겸손과 배려 갖춰야

2020-05-26 (화) 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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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사들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조언 (3) 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특별시리즈] 삶의 원칙 굳건히 세우고 겸손과 배려 갖춰야

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편집자주> 코로나19 위기 속에 커뮤니티의 미래인 젊은 청년들에게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하는 지혜를 전하기 위해 본보가 매주 화요일 연재하고 있는‘명사들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조언’ 특별시리즈, 이번 주는 상업용 냉장고 부문에서 주류사회 굴지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이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4월4일은 우리 가족이 손꼽아 기다리던 신애와 재이의 결혼식 날이었지. 5월16일은 재이가 USC 의대를 졸업하는 날이고, 다음날은 예쁜 영주의 UC 버클리 졸업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모두 이 날들을 기다리면서 선물을 준비하고 또 멋진 뒤풀이도 계획하면서 한껏 부풀어 있었지.


아쉽게도 우리는 지금 당연한 일상으로 여겼던 일정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 봉쇄 조치로 기대하던 소중한 행사들을 놓쳐버린 많은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재앙적인 불행한 사태를 통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너희와 친구들에겐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쓴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도 당면한 현실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일 것이다. 이 상황은 책임 소재를 규명하여 클레임 하는 제도에 익숙한 시민들에겐 황당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었다 해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문제까지 없어지지 않는 게 우리의 삶이다.

삶 속에서 좋은 일만 계속되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속성이지만, 세상에는 늘 지속되는 좋은 일도, 끊이지 않는 불행도 없다는 것이다. 단 하루 속에도 기분이 좋은 때와 반대의 경우가 혼재하듯, 인생 전체로 보면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기회와 위기가 주기를 두고 찾아오고 행복과 불행도 순환되는 삶 속에서 매순간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주의 시간은 조용히 흐르지만 각 개인의 시간은 변화무쌍할 수밖에 없단다. 이같은 격동의 시간 속에 휩쓸려 표류하지 않으려면 목표를 위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에 따른 원칙을 세워두면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담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부터 원칙을 세우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겪으면서 교훈이 될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원칙으로 삼기 시작했다. 여러 위기와 고난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삶의 원칙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원칙은 바뀌거나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리는 게 필요 하다는 것이다. 바뀌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와 세상에 유익하지 않은 원칙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성장 과정에서 얻은 자신의 깨달음이나 훌륭한 분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통해 원칙을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구체적 원칙을 여기 언급하지 않는 이유임을 이해하기 바란다.

다만 옳음과 그름의 판단만큼은 스스로 내린다는 원칙은 꼭 지켜주기 바란다. 바름을 판단하는 것이 흑과 백을 구분하듯 단순할 걸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복잡한 현실사회에서는 흑과 백 사이에 무수한 색깔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모호한 경계를 명확히 볼 수 있는 혜안과 지혜를 갖추는 게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지 진실에 기초한 바른 행동 없이는 훌륭한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다음은 다른 사람에 대한 겸손과 배려를 부탁하고 싶다. 우리는 각 개인이 사회적 메커니즘 속에서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겸손과 배려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에 실망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거다. 그렇지만 내가 베푼 겸손과 배려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순환의 법칙을 믿고 지켜야 한다.

겸손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당연한 사고의 표현이며, 배려는 이를 나타내는 행동이다. 평등과 배려의 정신은 작은 씨앗과 같아 당장은 잘 보이지 않지만,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처럼 너희들 인생을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릴 거라 믿는다.

마지막 당부는 하늘을 자주 바라보길 권한다. 지금 내 눈에 비치기 위해 오랜 광년을 여행한 별빛을 보면서 광활한 우주와 나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단다. 무한한 창공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법칙을 보면서, 창조주의 전능함과 자신 또한 얼마나 위대한 창조물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우주의 위대한 법칙과 질서 속에 속해 있음을 인식하는 건 사고와 행동에서 큰 차이를 가져다 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시간의 한계에서 죽음이라는 대전제에 갇혀 있는 인간의 경계를 넘어, 우주와 하나 되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주와 일체감을 가질 때 광활한 공간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음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궁극적 희망이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되는 비극적 인간을 넘어 창공의 별이 되는 희망의 삶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란다.

너희가 이렇게 원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산다면 세상의 어떤 시련도 담담하게 헤쳐 나가며 큰 꿈을 이룰 거라 믿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너희들의 꿈과 사랑이 퍼져나가는 이 지구는 더욱 아름다운 별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모두에게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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