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정권자 아닌 도우미… 성향·재능 냉정히 평가

2020-05-18 (월)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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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리스트 만들어 장단점 함께 파악하고 대화

▶ 평소 의견 잘 듣고 존중…지나친 기대·비교 금물

자녀 대학선택 어디까지 관여할까

부모와 자식 관계가 늘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살다보면 천륜을 맺어진 관계에서도 불협화음이 발생하게 되는데 아마도 그중 하나가 ‘자녀의 대학 선택’일 것이다. 이 경우 부모의 기대, 바람과 자녀의 소신이 가장 많이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결정은 부모와 자녀 모두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특히 여기에는 자녀의 존재감, 인생목표, 독립심, 경제 등이 모두 관련이 된다는 점에서 부모들은 더 많이 관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대학선택은 오롯이 자녀의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부모 입장에서는 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통해 자녀의 대학선택에 얼마나 관여를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 자녀를 이해하고 존중하라


자녀 입장에서 대학 선택은 무척 설레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자녀를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자녀의 의견을 묻지 않는 일방식 통행은 곤란하다. “넌 우리가 가라는 대학으로 가면 돼”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금물. 자녀가 원하는 대학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특정 학교를 선택하라고 압력을 가할 때 자녀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원하지 않는 반항으로 나타날 것이다.

대학 선택에 있어 부모들이 고려하는 우선순위와 자녀들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부모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학 선택의 기준, 이를 테면 지명도, 장학금, 취업률 등만을 내세운다면 정작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대학의 긍정적 모습은 보지 못하게 된다.

의견차이가 있을 때는 자녀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감정과 의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자녀의 선택이 너무 걱정 된다면 “A대학이 아니라 B대학이 끌리는 이유를 들어보고 싶구나…” 라는 식으로 자녀가 마음을 열수 있도록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어쨌든 부모가 좋아하고 맞는 대학이 아니라 자녀가 원하고 가고 싶은 대학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 도우미 되기

부모는 자녀 대입에 있어 최고의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 지나친 간섭이 아닌 대학 선택과 전공결정 등에 관해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주면서 올바른 방향을 갈 수 있도록 해주라른 것이다. 어떤 면에서 부모의 역할은 때로는 대입 컨설팅 기관들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의 성장과정을 지켜봤고 학업에 있어서도 어느 부분이 강하고 약한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 결정에서 중요한 자녀의 성격과 기질, 능력도 알 수 있다. 부모만큼 자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 지원서를 쓰는 것이라든가 에세이, 과외활동에도 관심을 보여주면 자녀는 더욱 더 훌륭한 성과를 내게 마련이다.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부모의 대학 선택에서 있어 도와줄 일도 많다. 물론 최종 결정은 자녀가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구체적 리서치하기


자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면 함께 각 학교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의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학 선택에서는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 우선 자녀가 원하는 교육이나 리서치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명성이 높은 학교라도 자녀가 원하는 교육과정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적 문제도 빠트릴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많은 가정에서 여러모로 재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보낼 형편이 되는지 생각하고 이에 대해 아이에게도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다.

또 학자금 융자를 받는다면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와 취업 후 융자금 상환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 등도 예상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학교까지의 거리도 함께 의논할 사항. 집과 너무 가깝다면 뭔가 독립을 꿈꾸던 아이가 싫다고 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멀어 방학에만 올 수 있다면 외롭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낭만적 분위기가 물씬 밴 캠퍼스타운인지 아니면 한적한 시골에 위치했는지 대학 주변 환경이 아이 성격과 어울리는지 등도 대학 선택에 앞서 같이 고민해야 할 요인이다.

■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어느 부모든 자녀가 명문대에 들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더 크게 마련이다. 자녀의 능력이 훨씬 못 미치는데도 이를 무시하거나 뛰어넘는 기대를 하는 것은 되레 자녀에게는 큰 부담이고 스트레스일 뿐이다.

특정대학을 지칭하며 ‘너만 믿는다’ ‘너는 할 수 있어’ 같은 말은 격려와 용기가 아닌 압박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이들은 혹시라도 부모들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떡할까 하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명문대만 들어가면 자녀들의 인생이 술술 풀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보다 자녀의 스펙, 성적이나 과외활동 등을 냉정하게 판단해 그에 맞는 대학을 골라 지원하는 쪽에 중점을 두는 편이 낫다.

■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라

부모들에게 가장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비교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줄 뿐이고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대학 진학과 관련해 친구나 지인의 자녀와 비교하는 것은 금물.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아이들은 다르게 태어났고 저마다 다른 능력과 개성을 갖고 있다. SAT 점수 등을 놓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학습법이나 문제집을 권유하는 것도 삼가는 편이 낫다.

■ 너무 잦은 질문은 삼가라

시니어는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이런 자녀에게 시시각각 대학 선택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낫다. 심적으로 부담이 큰 아이에게 조언이라는 명분으로 대학 선택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인정해주고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대입 지원 마감일을 감안해 자녀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정도는 필요하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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