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한인가족 ‘코로나 비극’

2020-05-14 (목)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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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모는 숨지고 딸 부부는 중환자실에 임종 못 지키고 타주 친척이 장례 치러

▶ 손자·손녀도 감염 의심증상 안타까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속에 LA의 한인 일가족이 코로나19에 모두 감염돼 80대 노모는 숨지고 부부는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져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직접적 감염 피해가 한인사회에서도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위험을 피해 집으로 왔던 노모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병원에 입원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으며, 딸 부부 역시 코로나19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바람에 장례식도 타주의 친척이 와서 힘들게 치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변에 따르면 김모씨는 지난 4월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던 80대 모친을 집으로 모시고 왔다. 이후 열흘이 지나 노모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등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던 김씨 부부도 몸살 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김씨 부부와 노모는 긴급히 LA 지역 한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찾아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세 명 모두 양성으로 확인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80대 노모 뿐 아니라 호흡기 기저질환이 있었던 남편 김씨의 증세 또한 심각했다. 그러다 지난 4월 말 노모가 끝내 병세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으나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김씨 부부는 노모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익명으로 본보에 제보를 해준 김씨 가족의 지인은 “김씨 부부는 여전히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어서 모친의 장례식을 가족들이 챙기지 못하고 타주의 친척이 급하게 LA로 와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고 들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씨 부부의 대학생 딸과 고고생 아들도 현재 냄새를 맡지 못하는 등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지인은 “코로나19로 온 가족이 고통을 겪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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