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다’
2020-05-12 (화)
이재무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이재무 ‘구부러지다’
구부리려는 것들은 구부러진 것들을 닮는다. 강물은 강을 구부리느라 뱀 허리가 되고, 바닷물은 해안선을 구부리느라 쉴 새 없이 남실거린다. 시간은 능선을 구부리느라 모난 발꿈치가 둥글어지고, 목수는 처마를 구부리다 활처럼 등이 굽는다. 길손은 오솔길을 구부리다 제 삶을 에 돌아가고, 오늘도 나를 구부리려는 세상은 결국 나를 닮을 것이다. 반칠환 [시인]
<이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