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비드-19 팬데믹을 선언한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몇몇 국가에서는 코로나 19 확산이 감소추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이 막을 내리더라도 재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 수가 줄고 있는 한국, 중국 등의 나라에서는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의 문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우울감과 무기력, 답답함, 불안 등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환자가 늘고 있으며, 확진자와 의심환자, 의료진들의 외상후 스트레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에서 완치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유병률이 96.2%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PTSD란 전쟁이나 심각한 사고, 재해 등을 경험하고 나서 겪는 심리적 반응이다. 보통 전쟁 참전 군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911테러나 세월호 사건과 같은 범죄사고, 인재, 자연재해 등을 경험한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재경험 증상, 트라우마 사건을 떠올리는 상황, 장소, 생각 등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회피 증상,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인지 및 기분의 부정적인 변화, 마지막으로 공격성, 짜증, 과도한 경계, 충동적 행동, 수면 문제, 주의집중 및 기억의 문제 등과 같은 각성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할 경우 PTSD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PTSD를 경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염으로 인한 격리치료 및 가까운 이들의 죽음 등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다. 확진자나 의심환자의 경우 질병으로 인한 공포감과 가족과 동료를 감염시킬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 그리고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접적인 코로나 피해가 없더라도 감염병에 대한 공포감과 불안감도 PTS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의 경우 환자를 돌보아야하는 의무감과 자신과 가족, 동료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
충격적 사건과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다. 사건과 스트레스에 대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해소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관계 단절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더 자주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연락하여 서로의 상태와 안전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명상이나 심호흡법, 이완요법등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이 감내하기 어려울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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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