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은행 예대율 100% 육박, ‘돈 가뭄’ 심각

2020-04-28 (화)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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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서부지역 10개 은행

▶ 2019년 4분기 97.3% 달해, CD·적금 상품 등 중심…예금유치 경쟁 가열될 듯

한인은행 예대율 100% 육박, ‘돈 가뭄’ 심각
한인 은행들의 예대율(예금대비 대출비율)이 여전히 100%에 육박하는 등 지속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이 한인 은행권이 대출에 비해 예금이 딸리는 소위 ‘돈 가뭄’ 현상이 지속되면서 CD와 적금 상품을 중심으로 한 한인 은행권의 예금 유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도표 참조>

미 서부지역에서 영업하는 10개 한인은행들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보고한 실적에 따르면 2019년 4분기(12월31일) 현재 이들 한인은행들의 총 예금고는 248억767만달러지만 대출 역시 이에 육박하는 241억3,174만달러로 예대율이 97.3%에 달했다.

전 분기인 2019년 3분기의 98.0%와 전년 동기인 2018년 4분기의 98.0%에 비해서는 0.7%포인트 각각 소폭 하락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4분기 한인 은행권의 전년 동기 대비 예금고가 4.1% 증가한 반면 동 기간 대출은 3.3% 상승한 것이 예대율의 소폭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인 은행권의 예대율은 2017년 4분기에 99.7%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었다.


통상 은행들은 예대율을 감독국의 강력한 권고 수준인 100% 이하로 억제하고 있지만 10개 한인은행 중 자산 순위 1~7위 은행들의 예대율이 일제히 95%를 넘어서며 100% 선에 육박하고 있다. 10개 한인은행 중에서는 자산규모 1위 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의 예대율이 9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퍼시픽 시티 뱅크가 98.0%, 한미은행이 97.9%, 신한 아메리카 97.3%, 오픈뱅크가 97.0%, 우리 아메리카 96.7%, CBB 은행이 96.1%에 달했다. 반면 자산 규모가 작은 US 메트로 은행과 유니뱅크, 오하나 퍼시픽 은행만 80% 대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감독국은 부실 대출에 대비, 은행이 충분한 예금고 확보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예대율 유지를 통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은행의 급작스러운 예대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대율은 높을수록, 특히 90%대를 넘을 경우 은행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예대율이 80% 이하일 경우 오히려 대출에 소극적이고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95%~100% 이상의 예대율은 너무 높아 이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대다수 주류 은행들은 건전한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80% 대에서 90% 초반 대 사이의 예대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한인 은행권의 예금 유치가 아직도 전반적으로 대출 규모에 비해 부진한 이유로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고객들의 현금 보유가 감소한 가운데 ▲증시와 부동산 시장 등 경쟁 투자처에 자금이 몰렸고 ▲은행 예금 이자 수익률이 증시 등 경쟁 투자처에 비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며 ▲암호·가상 화폐 등에 투자가 늘었던 점 등이 꼽히고 있다.

한인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전국 최고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는 CD(양도성 예금증서) 상품 등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등 치열한 예금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예대율 낮추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예금고가 충분하다면 대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85~95% 예대율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예금고 확충이 여전히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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