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가 마약산업도 잡는다?

2020-04-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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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서 제조·유통 차질, 술집 폐쇄로 수요 줄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마약 산업 역시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페루의 마약 원료 재배농부터 멕시코와 브라질의 마약 밀매조직, 미국과 유럽의 마약상까지 전 세계 마약업계도 여느 ‘합법 업계’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최근 미국 시장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조직원들은 로이터에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육로 국경이 막히면서 유통이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통상적인 차량 밀수가 어려워지자 카르텔들은 지하 터널이나 드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미국 마약 단속 당국 관계자는 “밀수 전술이 바뀌었다”며 “(하늘) 위로 가거나 (땅) 아래로 간다”고 말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메탐페타민, 펜타닐과 같은 합성 마약도 제조해 유통하는데, 코로나19로 전 세계 교역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국 등지에서 들여오는 원료 화학물질의 값도 껑충 뛰었다.

아울러 미국에서 비필수 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위장 상점을 통한 마약 자금 세탁도 힘들어져 마약 수익금을 멕시코로 옮겨오는 일도 어려워졌다.

유럽 시장으로 가는 마약의 주요 관문인 브라질 산투스 항구에서도 지난달 적발된 마약의 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 급감했다.

유통에 차질이 생기자 마약 원료는 남아돌게 됐다.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을 재배하는 페루 농업인들은 최근 마약 조직에 파는 코카잎 가격이 70% 급락했다고 말한다.

코카잎은 차나 약의 재료로도 쓰이지만, 상당수의 재배농들은 더 비싼 값을 받고 암시장에 코카인 원료로 내다 판다. 페루 당국은 전체 코카잎의 93%가 코카인 제조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약 제조와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시장에선 마약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지만, 각국의 봉쇄령 속에 사람들의 외출이 줄고 술집 등이 문을 닫으면서 마약이 최종 고객을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다만 이 같은 마약 산업의 위축은 일시적인 것일 뿐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 바로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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