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대학 등 전국 50여곳 대입전형서 점수제출 면제 결정
▶ GPA와 에세이 더 부각…아예 시험 준비 안하는 것은 금물
대학들 전형과 수험생 준비사상초유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대입전형의 지형마저 바꾸고 있다. 대입전형의 가장 중요한 전형기준으로 여겨지는 표준화시험 일정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대학들이 아예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에서 선택사항으로 변경하고 있다. 또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표준화시험을 아예 집에서 온라인으로 치르는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은 가뜩이나 휴교령으로 언제 다시 학교에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변화를 맞는 표준화시험과 수험생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본다.
■ 늘어나는 SAT 점수 선택제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양대 표준화시험인 SAT·ACT 점수제출을 입학전형에서 제외하는 대학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SAT시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ACT의 경우 연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현재 미국 최대 주립대학 시스템인 UC와 칼스테이트가 내년 입학사정까지 SA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가운데 명문 리버럴아트 대학인 스와스모어 칼리지는 2021년 및 2022년 가을학기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학전형에서 SAT나 ACT 점수 제출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3년 가을학기 신입생 입학전형의 경우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버지니아텍도 2021년 가을학기 신입생 선발 입학전형에 SAT·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보스턴대는 오는 2021년 가을학기와 2022년 봄학기 입학을 위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SAT·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고, 터프츠 대학도 앞으로 3년간 입학전형에서 SAT·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는 등 코로나가 대입 지형 자체를 흔들고 있다.
비영리단체 페어테스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2021년 가을학기 신입생 선발 입학전형에서 한시적으로 시험 점수 제출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대학은 전국 51곳에 달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비영리단체인 ‘스튜던트 보이스’는 전국의 모든 대학이 2021년 가을학기 대입 지원자들에게 SAT와 ACT 점수를 선택으로 해야한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입시요강이 변경되면서 현재 11학년인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한인 학생들이 경우 타인종보다 상대적으로 표준화시험 평균 점수가 높다는 점에서 입시 전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대입전형에서의 표준화시험 정책이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이 같은 입시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집에서 SAT 온라인 응시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휴교령이 계속 연장되면서 아예 표준화시험을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치르는 게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 SAT 시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올 가을까지 학교 폐쇄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SAT의 ‘홈 버전’(home version)을 준비 중이다. 홈버전 시험은 종전의 감독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이·연필로 치르는 지필고사와 달리 디지털 방식의 원격 감독 기술을 활용해 진행된다.
칼리지보드 측에 따르면 원격 감독 시스템 도구에 학생들이 시험 도중 움직이거나 대화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컴퓨터 카메라와 마이크로폰 등이 포함된다.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에 따른 휴교 조처로 올 봄에만 약 100만 명의 SAT 첫 응시자들이 기회를 잃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2021년 대입을 목표로 하는 11학년생들이다.
6월 6일 예정됐던 SAT 일정도 이미 취소됐다.
안전이 보장된다면 칼리지보드는 8월에 오프라인 SAT 시험을 재개할 계획이다. 올봄에 응시 신청을 했다가 못 본 수험생은 가을에 SAT를 볼 수 있다.
SAT와 함께 또 다른 표준화시험인 ACT도 늦가을 혹은 늦어도 초겨울에는 ‘홈 옵션’을 시행할 계획이다.
■ 표준화시험 준비 요령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면제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수험생들의 대입 학습 전략도 더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UC의 경우 SAT와 ACT 점수를 제출하지 않게 되면서 그 외 항목들이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내년 가을학기 UC계열의 입학사정에서 중요한 항목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UC의 입학사정 평가항목에 주목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UC의 경우 모든 지원서 제출 내용에 대해 종합평가(holistic review)를 한다는 것이다.
UC의 학사정에는 14개 항목이 있는데, 우선 내신성적(GPA)과 표준화시험인 SAT 나 ACT 점수, A-G 필수과목 조건에서 권장 하는 과목이상의 수강, 11학년까지의 석차, UC 인정 AP나 IB, 아너스 클래스 이수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SAT 또는 ACT 점수가 배제되면서 나머지 평가항목들로 대입전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는 UC 뿐 아니라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제외한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GPA다. 물론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받은 성적이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쉬운 과목 위주로 받은 성적이 아니라 도전적이고 난이도가 높은 과목을 수강한 가중치 (weighed) GPA가 부각되며 고등학교들의 성적 인플레가 심화되면서 이 또한 학교측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다음은 에세이와 과외활동, 추천서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추천서와 에세이 비중이 과외활동보다 높게 다루기도 했다. 추천서를 중시하는 이유는 지원서에 나타난 것 외에 지원자에 대해 보다 객관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쓰여진 추천서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면 성의 없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에세이는 자신의 내면이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인만큼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과외활동의 경우 지원서 내용들에 대한 검증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허위 내용 기재는 금물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도 있는데 UC의 SAT 점수 제출 제외는 한시적으로 내년 가을학기 신입생 지원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그 이후에 대학 입학 예정인 학생들이라면 여전히 표준화시험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부 사립대들이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을 제외했지만 아직 많은 사립대들은 이와 관련된 결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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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