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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 이후

2020-04-18 (토)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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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스라엘 다윗왕은 큰 절망이 닥쳐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문구를 반지에 새기라고 세공사에게 명령했다. 솔로몬 왕자는 이 문구를 새기라고 지혜를 빌려주었다.

그런데 요즘 이 문장이 제일 싫다. 도대체 코비드-19 팬데믹이 언제나 지나간단 말인가. 도무지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코비드-19로 인해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은 모두 마비되었다. 4월말? 5월말? 가을까지? 아니 백신이 개발된다는 1년반 후? 과연 우리는 코비드-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유추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느슨한 문화가 엄격한 문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 폴리시’ 지에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주도의 긴급조치가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덜 개방적이고 덜 자유로운 체제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헨리 키신저는 월스트릿 저널지 기고에서 “코로나 사태가 세계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번영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성곽시대 사고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1991년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으로 시작된 30년간의 세계화가 멈춰선 것이다.

코비드-19 이후 나라마다 환경과 공공보건의 중요성이 국방 이상으로 강조될 것은 자명한 일, 마스크와 의료용품 등은 국가가 관리할 지도 모르겠다. 오는 11월 대선에서도 의료시스템과 인종화합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화의 일원으로 빚어진 면도 있다. 항공의 발달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고 무역의 활발한 교류가 바이러스 전파의 거대한 통로가 되었다. 도시의 인구 밀집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중국이 작년 12월31일 폐렴성 질병의 발생을 공개한 이후 중국에서 직항편으로 미국에 입국한 이들이 최소 43만명에 달했다. 또 뉴욕시, 뉴욕 주가 코비드-19 진앙이 된 것에는 유럽 관광객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최악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프로야구나 농구, 골프 등의 관중은 중계방송을 선호하고 게임이나 넷플릭스, 유튜브 방송을 더 볼 것이고 온라인 비즈니스가 비대화될 것이라 예고한다.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등이 늘어나면서 입고 나갈 곳이 줄어들다보니 옷이나 구두, 가방에 대한 관심보다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기구 구매가 늘 것이다.


코비드-19로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기, 손을 맞잡고 껴안는 일에 주춤할 것이다.

피치 못해 악수를 한다면 뒤돌아서서 세정제로 손을 닦지 않을까. 악수 대신 팔꿈치 악수가 유행할 것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는 건강증명서 및 예방접종 증명서가 요구될 것이며 감기 기운이 있어 열이 나면 비행기나 배를 타지 못할 것도 유추할 수 있다.

집에 머물고, 재택근무에 휴교령으로 가족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돈독한 가족애가 생겼다고 모든 가족이 사이가 좋지는 않다. 뉴욕시장실 산하 가정폭력 전담부로 평상시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가정폭력이 신고되었다. 특히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공포, 공황장애가 누구나 생길 수 있어 정신상담자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코비드-19 이후 미국인들도 마스크를 일상화하고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는 아시안 문화가 정착될까? 이래저래 코로나 사태 이후를 상상해보는 것도 이 지루하고 힘겨운 코로나 팬데믹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될까?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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