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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신앙은 온 인류의 희망

2020-04-11 (토)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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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3월30일 주일새벽 5시30분에 부활주일연합예배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렸다. 보수와 진보 교단들이 모처럼 함께 모이는 은혜로운 행사였다. 그리고 서울의 연합예배는 전국을 대표하는 상징성 때문에 설교자로 누가 선임되느냐가 상당한 관심사항이었다. 비록 모든 순서 하나하나가 똑같은 무게를 갖는다지만 영향력으로 보면 설교자가 누구냐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그런데 설교자로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조종남 목사가 선임되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 루터교 등등이 교세에 따라 윤번제로 맡는 것이 관례였다. 그렇다고 기계적 윤번제는 아니었다. 해당 교단이 추천한 목사가 준비위원회 합의를 얻지 못하면 순번이 다른 교단으로 넘어갔다. 그런데도 그 해에는 48세의 젊은 목사가 선임되었다. 대 교단들인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성결교단의 젊은 목사를 선임하는 일에 더 적극적이었다.

그 결정이 있자마자 관할 경찰서에서 필자에게 긴급히 연락이 왔다. 필자는 그때 조교수로서 총장 행정보좌의 직분이었다. 경찰서의 연락이지만 하늘 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위세가 있는 정보부 사람이었다. 그는 설교자인 조종남 총장 신변보호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부활주일연합예배가 부드럽게 끝나도록 신경 써달라고 했다. 요청 반 협박 반이었다.


그때 시국이 어땠었나.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독재통치가 커다란 저항에 부딪치고 있었다. 긴급조치들이 연달아 발동되고, 학원들의 소요가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가던 때였다. 그런 저항세력 중심에 4.19혁명 주체세력인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종교별로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앞장섰다.

그런데 만약 수도서울의 부활주일연합예배가 여의도 5.16광장에서 열리고, 행사 끝난 뒤 30만 명이 데모에 나선다면 박정희 정권이 입을 타격은 예측 불허였다. 그러나 학교도 위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때는 문교부가 학과증설 등 인허가권을 쥐고 위세 부리던 시절이었다.

한 가지 사건이 더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으로 인하여 동아일보가 광고란을 백지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 당시 발행부수가 가장 많던 신문이 사운을 걸고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고 있었다. 바로 그 동아일보 관계자가 비밀리에 연락을 해왔다. 조종남 총장의 설교원고를 미리 보내주면 검토한 뒤에 게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총장님에게 보고하지 않고 일단 원고를 복사해서 동아일보에 보냈다. 게재한다고 하면 그때 보고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게재여부를 알리지 않고 부활주일 전날 설교전문을 보도했다. 제목도 ‘부활신앙이 증거하는 진리와 소망’ 그대로였다. 첫 대목은 부활신앙은 신앙과 신학의 초석, 둘째 대목은 부활신앙은 정의의 궁극적 승리, 마지막 대목은 부활신앙은 온 인류의 희망이며 세계선교의 원동력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국과 관련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둘째 대목이었다. 그때에 온 국민 특히 학생층과 개신교/천주교에서는 바로 ‘정의의 궁극적 승리’가 최대저항목표였다. 학생들이 데모하면서 부른 대표적 노래가 바로 미국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민권운동 노래인 ‘우리는 이기리라’였다. 그 노래는 ‘정의의 최후 승리’가 주제였다. 그런데 동아일보 보도를 본 정보기관에서 별말이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19의 세찬 도전을 받는 부활주일이다. 최후에는 정의가 승리하고 최종적으로는 불의가 심판을 받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최대사건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생명을 영원히 살려내는 길이 최대 정의이고 생명을 학대하고 죽이는 일이 최악 불의이다. 그래서 한국감리교회의 신앙의 근간인 교리적 선언 마지막 절에는 “우리는 의의 최후 승리와 영생을 믿노라”고 했다.

이번 코로나위기가 천하보다도 귀중한 생명을 건져내는 승리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위기는 매우 위험한 기회이지만 이기는 자에게는 ‘위대한 기회’일 뿐이다.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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