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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다른 길, 더 큰 희망

2020-04-06 (월) 문주한/ 공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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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파는 직업이다. 그러니 정확한 세무회계 지식과 세무감사 경험 같은 것들은 기본이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더 느끼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더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느끼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법, 주저하는 사람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법, 알아도 모르는 척 그리고 때로는 몰라도 아는 척 할 줄 아는 법, 상대방이 거부감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법, 거짓과 진실을 또는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줄 아는 법,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사과하는 법, 감사와 칭찬을 상대방 입장에서 표현할 줄 아는 법, 상담과 무관한 내용을 기분 나쁘지 않게 중간에 끊는 법, 수많은 말들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만 콕콕 골라내는 법.

어디 그 뿐인가? 정부 상대로 사기 치겠다는 사람들을 다독이는 법, 남들과 다른 길에도 꽃은 핀다는 것을 눈치 채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법, 속마음은 쓰라려도 얼굴은 웃는 법, 용서할 수는 없어도 그저 화해하는 법, 이해할 수 없어도 덮어 주는 법, 마음을 주진 않아도 도움을 주는 법, 쓸쓸함과 외로움을 묵묵히 견디어 내고, 거기서 평화를 얻는 법, 그리고 고난의 뒤엔 반드시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고 그 희망을 찾아가는 법.


지난 30년, 많은 손님들이 내게 고마워했지만, 사실 그렇게 다양한 손님들과 그들의 다양한 케이스들을 통해서 배운 사람은 오히려 나 자신이다. 절망뿐일 것 같은 사람으로부터 희망을 배웠고, 처절하게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자의 길을 배웠다. 이쪽에 속하건, 저쪽에 속하건, 그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한 시간에 감사한다. 그들은 나에게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를, 내 자식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조언할지를 가르쳐줬다.

지금 다들 힘들다고 난리다. 그래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내일이 주는 희망이다. 낭떠러지에서 기어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은 사람. 희망은 남들이 절망할 때 오히려 한발 더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다. 지금은 희망이 답이다.

더 확실한 희망과 더 맑은 정신으로 이번 주를 시작하고 싶다. 겸손과 여유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내 것인 줄 알았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양보하겠다.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이다. 귀한 것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지 않는 법이다. 사무실 2층 창문 사이로 밝은 태양빛이 쏟아진다. 세상은 이렇게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모두에게 축복한다. 모두에게 고백한다. 나를 이만큼 성장시켜줘서 고맙다고. 다시 나는 고백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고.

<문주한/ 공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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