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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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이상한 나라

2020-04-01 (수) 권초향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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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당연하듯 해오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진 요즈음,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무색해진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이지 않음에도 마스크는 동이 나서 구매할 수가 없고 손 세정제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나만 먼저 살고 보자는 몇몇의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에도 모든 인간이 그렇지는 않다는 듯 저 태평양 건너 ‘이상한 나라’에서는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마스크를 구입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한 땀 한 땀 손수 바느질한 마스크를 전달하고 사라졌다는 83세 할머니. 많은 나라들이 굳이 감염자를 밝히지 않으려고 할 때도 묵묵히 검사를 계속해 모든 상황을 알려나갔으며, 시키지 않아도 기부금을 내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자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가 몰려들었다. 누군가는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임대료를 깎아주었다.

돌이켜보니 이 이상한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늘 이랬던 것 같다. 금강산댐이 무너진다며 모금을 했을 때도 코 묻은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고,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던 시절에는 온 국민이 집안 깊숙이 숨겨뒀던 금붙이를 죄다 들고 나오기도 했다. 태안바다가 온통 기름에 뒤덮였을 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천 조각을 가지고 나와 모든 기름을 닦아낸, 말도 안되는 일을 했던 사람들이 사는 나라. 이 ‘이상한 나라’는 위기일 때마다 사랑으로 극복해나가고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일 때 코끝이 찡해오는, 작지만 강한 바로 내 조국 한국이다.

<권초향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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