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 나가던 남가주 주택시장 코로나에 ‘발목’

2020-03-31 (화) 12:00:00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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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모기지신청 23% 하락, 가격 보합세 속 바이어 관망

▶ “사태진정되면 곧 회복” 전망

잘 나가던 남가주 주택시장 코로나에 ‘발목’

3월 들어 코로나 19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시장상황을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 [AP]

남가주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코로나 19의 여파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남가주 부동산 경기는 저금리와 고성장으로 인해 한층 달아올랐으며 올해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코로나 19사태로 미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에스크로를 홀드하거나 셀러들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지난주 캘리포니아주의 주택매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건수는 23%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부동산 거래는 필수업종으로 분류되었지만 사실상 모기지 신청에서부터 매매 진행까지 모든 것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 산출도 내달까지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캘리포니아부동산협회에 따르면 3월초에 부동산 에이전트 가운데 고객의 25%정도가 코로나 때문에 부동산 매매를 일단 유보하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나온 설문조사도 부동산을 팔려던 셀러가 45%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면서 바이어 가운데 50%이상이 일단 부동산 매입을 유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코로나 19사태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가운데 당분간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세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셀러들이 이 현상이 일시적인 위기라고 여기면 무조건 내리지 않고 어느 정도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 사태때도 부동산 시장이 수개월간 위축된 적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질로의 수석 경제학자 구델은 “만약에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된다면 다른 경제분야의 성장이 받쳐준다는 전제하에 부동산 시장은 얼마되지않아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사스 때는 홍콩, 싱가포르 등 국지적인 지역에서 77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코로나 19는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30일 기준 전 세계에서 3만여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 규모가 비교가 안될만큼 엄청나다는 점이 큰 차이다. 특히 직장인이든 비즈니스 오너이든 필수업종을 제외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없는 상태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택 모기지나 렌트 연체 등이 속출하고 주택압류나 경매가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도 자연히 하락세를 탈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레드핀이나 질로우같은 부동산 매매 회사들도 주택을 매입해 플립을 해서 다시 파는 케이스도 대폭 줄어들고 있다.

특히 바이어들이 자신의 집을 팔기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투자 포트폴리오의 대폭적인 하락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다. 게다가 렌더들도 주택자금을 대출해 주었다가 경기의 하락으로 상환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융자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질로에 따르면 현재 LA와 오렌지카운티의 주택시장에 나오는 리스팅 숫자는 전년동기 대비 30%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초에 비해서도 4%가 줄어든 것이다. 전반적으로 시장에 나온 리스팅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매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을 매매하기 힘든 환경에서 현재도 부동산을 꼭 사거나 팔아야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 매매자들은 사태를 관망하는 쪽으로 돌아서 현재는 언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는 부동산 거래에 관련된 업종 종사자는 물론 셀러와 바이어들이 한 발자국 뒤로 서서 향후 사태를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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