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 시작인가, 우한폭동 소식은

2020-03-3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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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worst has yet to come!)‘-.

처음에는 중국이었다. 그 다음이 한국, 이란, 이탈리아. 그리고는 전 유럽으로 또 미국으로 무섭게 번졌다. 급기야 미국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지난 주말 10만 명 선을 우회, 중국을 제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에피센터가 됐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우려의 소리다.

“그 끝을 아직도 가늠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인적 경제적 피해규모, 그리고 달라진 일상으로 볼 때 코로나 19의 충격은 세계대전 급 수준이다.”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모든 것이 정지상태다. 바이러스가 무섭게 번져가는 상황에서. 심지어 중범죄 발생마저 급격히 줄었다는 보고다.

역시 정지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거리의 시위사태다. 홍콩의 거리가 조용하다. 광화문 광장이 한적해졌다. 알제리, 레바논, 러시아, 볼리비아 등지에서도 시위대의 함성은 들려오지 않는다. 2019년부터 지구촌을 휩쓸어온 ‘반체제 쓰나미’가 갑자기 멈추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러면 2020년대 들어 지구촌의 ‘뉴 노멀’이 된 거리 시위사태를 종식시킨 것인가. “아니 잠시의 숨고르기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지구촌의 거리시위 사태는 바이러스가 번져가듯이 무서운 폭발 세를 보일 수 있다.”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의 예상이다.

한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미국…. 코로나19 창궐사태를 맞고 있는 중국 밖의 나라들이다. 이란을 제외하고 이 나라들은 결국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낼 것이라는 것이 크라이시스 그룹의 진단이다.

방역시스템은 물론 의료수준도, 경제력도 세계 톱 수준이다. 때문에 온갖 악몽의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들의 바이러스와의 전쟁 승리는 시간문제라는 것. 문제는 코로나19가 허약한 체제의 나라들에 번져나갈 때다. 자칫 통제 불가능,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거다.

‘아랍의 봄’은 1차 세계대전 말 오토만제국 붕괴 이후 중동지역의 정치지형을 바꾼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다. 그 ‘아랍의 봄’에 비해 진도가 수배에 이르는 정치적 충격이 중동지역을 덮칠 수도 있다.

무엇을 근거로 내린 전망인가. 코로나19 만연상황을 상정해 나온 전망이다. 시리아, 예멘의 내전상황은 좀처럼 종식기미가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난민은 수천만대를 헤아린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난민들의 주거환경은 바이러스 만연의 최적지다.


지배계급은 무능한데다가 부패했다. 종교적 편견에 광신이 지배한다. 아랍-중동지역 국가들이 보이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다. 그 아랍중동지역에 불황이 몰아닥쳤다. 바이러스감염 만연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거기다가 유가폭락으로 산유국들도 허덕이고 있다.

그 정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늘어가고 있다. 뭐랄까.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가 재깍 재깍 들려오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방역시스템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학정, 폭정으로 민심은 돌아선지 오래다. 그 정황에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사태가 올 때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미 의회 전문지 힐의 지적이다.

내전 중인 시리아, 예멘은 말할 것도 없다. 이란,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가 흔들린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하나 둘 무너지는 등 전 아랍-중동권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남아시아 등지의 사정도 별로 다를 게 없다. 빈민층 게토의 밀집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의 거대한 대도시권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한다. 그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인도주의적 대재난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7,000여만으로 집계되는 세계 난민들이 맞이할 상황이다. 나라마다 자국민 보호에 바쁘다. 그러니….

요약하면 이렇다. 아랍-중동지역에서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지의 허약한 체제 나라들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지면서 기존의 위기는 더 악화된다. 이는 또 새로운 국내외적 위기로 이어지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잡힌 이후’까지 엄청난 정치적, 지정학적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예상되는 것이 또 한 차례의 전 지구적인 시위격발 사태다. 그 징후가 벌써 감지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이탈리아 등지에서 교도소 내 폭동이 잇달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방지에 따른 조치에 반발한 폭동이다. 그런가 하면 식량약탈 사태에, 외국인 혐오습격사건이 지구촌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전 세계적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 정부가 내리고 있는 조치라는 것이 그렇다. 시행착오에, 기만에, 속임수 투성이다. 거기다가 썩었다. 한마디로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 같다.

분노가 다시 치민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과 함께 거리에 나서기를 잠시나마 주저했던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온다. 그리고는…. “코로나19 위기는 사회와 정치 시스템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해 새로운 폭력사태 분출을 가져올 수 있다.” 크라이시스 그룹의 진단이다.

중국 발로 들려오는 우한폭동 소식. 그 시작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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