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설·회피·폭행…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 껑충

2020-03-28 (토)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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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PCON 신고사이트 일주일 간 673건 접수

▶ 중국인 38.6%로 최다, 한인 피해 16.5%로 2위

LA에 사는 한인 김모씨는 최근 한 마켓에서 필요 물품을 고른후 계산을 위해 줄을 섰는데, 앞에 서 있던 한 백인이 김씨를 향해 “아시안과 가까이 줄서기 싫다”는 말을 내뱉으면서 혐오스런 눈길로 다른 계산대 줄로 이동해버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또 다른 LA 한인 이모씨도 최근 산책을 하던 중 지나가던 타인종이 심한 욕설과 아시안 비하 발언을 내뱉고 사라져 아직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전했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그 수준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 신고 웹사이트에는 하루 신고 건수가 100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한인들의 피해 사례가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는 아시안 혐오·차별 사례를 고발하는 사이트를 지난 19일 개설했는데, 이후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673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어 현재 매일 100건 가까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673건 신고 사례 가운데 16.5%를 차지하는 111건은 한인 사례로, 아시안 민족별로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인들을 제외하고는 한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중국계가 전체 피해 사례의 38.6%를 차지한 가운데, 이어 한인 16.5%, 베트남계 7%, 대만계 5.5%, 일본계 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A3PCON는 “중국계가 아닌 다른 민족이 61%에 달한다”고 밝혔다.

A3PC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단지 아시안이란 이유로 직장에서 상사가 대화나 대면을 피한다든지, 공유차량이나 택시가 탑승을 거부한다든지, 길을 지나가는데 큰 제스처를 하며 피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갑자기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묻지마 폭행을 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19일부터 25일까지 전체 신고 사례를 분석해 보면, 인종차별 방법으론 욕설, 모욕, 차별적 의미가 담긴 발언 등의 ‘언어적 괴롭힘’(Verbal Harassment)이 가장 많았다.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의도적으로 피하기(Shunning)가 23.5%로 두번째로 많았던 가운데, 신체적 폭력(Physical Assault)도 10%에 달해 3위를 차지했다.

장소별로는 상점(47%)이 가장 많았고, 공원 등 여가시설(15.5%), 대중교통(15.2%) 등의 순이었다. 성별론 남성보다 여성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약 3배 많았다.

이 신고 웹사이트(asianpacificpolicyandplanningcouncil.org/stop-aapi-hate/)는 영어 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로 지원된다.

민족학교도 이메일로 인종차별 신고(julie@krcla.org)를 돕고 있다. 민족학교 측은 “감정적 호소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서 인종 차별을 당했을 경우 ▲사건 발생 시간과 날짜, 장소 ▲목격자 이름과 연락처 ▲사건 관련 영상이나 사진 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국(www.dfeh.ca.gov) 등으로 직접 신고해도 되고, 관련 지원 단체에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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