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인공호흡기 8만개 생산’ 발표하려다 연기…F-35 18대 구입비와 맞먹어”
▶ “이번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장”
뉴욕시에 전달된 인공호흡기 400개 [AP=연합뉴스]
백악관이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에 대량의 인공호흡기 생산을 맡기려다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25일 GM과 의료기기 제조업체 '벤텍라이프 시스템스'의 조인트벤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에게 필요한 인공호흡기를 최대 8만 개 제조한다는 발표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직전에 갑자기 취소됐다고 NYT가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포드와 GM, 그리고 테슬라가 인공호흡기와 다른 금속 제품들을 빨리 만들기 위한 승인을 받고 있다!"는 트윗을 올리는 등 연일 코로나19 대응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업이 막판 안갯속에 빠진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GM 측의 달라진 태도 등이 있다.
당초 GM은 '프로젝트 V'라고 명명한 이 사업을 통해 매우 신속하게 인공호흡기 생산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양사는 벤텍의 인공호흡기 제조 노하우와 GM의 물류, 구매, 제조 전문성이 합쳐지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디애나주 코코모 GM 공장의 생산라인을 개조해 벤텍의 기술로 즉시 2만 개의 인공호흡기를 만들 수 있다고 이들은 장담했다.
그러나 GM 등이 장담한 초기 생산능력은 2만 개에서 7천500개로 확 줄었고, 5천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자동차 변속기와 인공호흡기 생산라인이 워낙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게다가 공장 개조 비용을 포함해 총 15억 달러(약 1조8천억원)에 이르는 비용도 문제가 됐다. 인공호흡기 1개를 만드는 데 1만8천 달러(약 2천200만원)가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와서다. 전체 가격은 미군 전투기 F-35s를 18대 구입하는 비용과 비슷할 정도다.
이에 따라 미 연방재난관리처(FEMA)가 추정 비용이 너무 비싼 게 아닌지 등을 평가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최종 발표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뉴욕주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인공호흡기가 더 필요한지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GM 사업 보류의 한 이유가 됐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라고 NYT가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요청으로 인공호흡기 추가 생산 업무를 맡은 쿠슈너 보좌관이 FEMA 관리들을 지휘해 이 사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GM과의 계약이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기업들의 제안 10여 개를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 정부 관리들은 밝혔다. 테슬라도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과 협업 문제를 논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