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19 영업중단 변용복 대표 직격 인터뷰] “영업 초토화, 요식업 30년에 이런 난리 처음”

2020-03-27 (금) 12:33:56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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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국·샤브야 3곳은 아예 문 닫고 투고 영업 해마루는 갈수록 적자만”

[코로나19 영업중단 변용복 대표 직격 인터뷰] “영업 초토화, 요식업 30년에 이런 난리 처음”

매장 영업중단 명령으로 식당 내 테이블에는 모두 의자가 올려져 있는 가운데 해마루 설렁탕의 변용복 대표가 현재 심경을 밝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요식업 30년에 이런 난리는 처음입니다”

LA 한인타운 8가와 옥스포드의 ‘해마루’ 식당 변용복 대표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로 LA는 물론 캘리포니아 전역에 외출자제령과 비필수 업종 영업중단 행정명령이 떨어진 지 1주일째. 수많은 한인 비즈니스들이 졸지에 문을 닫아야 해 경제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식당들은 그나마 투고와 배달 영업이 가능하지만 영업 손실이 극심한 건 마찬가지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열고 있을 뿐인 상황이다. 우국 식당과 샤브야 등 5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변 대표와의 직격 인터뷰를 통해 영업중단 행정명령 속 한인 비즈니스의 분투기를 들어봤다.

-요식업은 얼마나 됐나


▲‘해마루 설렁탕’을 운영한지는 1년 반쯤 됐지만 요식업에 종사한 지 30년이다. 1990년대 초반에 이민을 와서 카페를 하다가 2008년 바비큐 식당 ‘우국’을 오픈한 뒤 지금까지 요식업만 하고 있다.

-강제로 매장 영업을 못하게 된 건 처음일텐데

▲우국과 샤브야는 모두 영업을 중단했고 ‘해마루’ 하나만 열어두고 투고 위주로 장사하고 있다. 열어놓는 것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용을 감당하는 수준을 넘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쳐 고민스럽다. 다시 식당 영업을 시작하라고 하면 분명히 마이너스를 끌어안고 끝도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직원들은 어떤 상황인가

▲처음에는 2주만 식당 문을 닫는다고 했는데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직영하는 7개 식당에 직원이 350명 가량 된다. 페이첵이 나가질 않으니 직원들에게 전화가 오는데 이 상황에서는 EDD에 연락을 취해서 실업 수당을 신청해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어 안타깝다.

-식당 운영을 어떻게 바꾸었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단축했고 주방 2명, 홀 1명으로 운영 중이다. 코로나 19사태 이전에는 파트타임 풀타임 합해서 25명 내외가 일했다. 배달 음식은 런닝맨이라는 대행업체에 의뢰해 30달러 이상은 서비스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수준으로 운영한다.


-매출이 솔직히 얼마나 줄었나

▲평상시 30~3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처음 1주일은 윌셔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재택 근무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더 떨어졌다. 차이나타운인 알함브라에 사브야와 우국 지점은 이번 사태가 있기 전 1월 말부터 매출이 평상시보다 40% 이상 떨어졌던 것 같다.

-투고 장사는 어떤가

▲투고는 설렁탕, 육개장이 대부분인데 가족이 모두 집에 있는 시기라 설렁탕과 육개장 패밀리 사이즈를 5인분 분량을 3인분 가격에 판매한다. 강제로 매장영업이 중단되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처음에는 너무나 막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라.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를 진정시켜야 한다. 중국이나 한국 등 먼저 경험한 국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풀 꺾이고 있다는 한국에서도 지금 경제 활동은 안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일테니 불황을 극복하고 가야 한다.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인가

▲식당은 고객이 찾아와야 하는 장사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이 되어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편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우선 만들어져야 식당 영업이 시작되는 거다. 아무리 4월20일부터 식당 문을 열어도 된다고 해도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가 낮아지지 않아 손님들이 바깥에 나오기를 꺼려하면 답이 없다.

-어떤 플랜을 세우고 있나

▲지금은 정부 지원에 기대는 것 밖에 없다. 일단 버틸 자본이 필요한데 거래 은행에서 크레딧 라인을 열어 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게당 10만 달러로 살려봐라 하면 한두 달도 못 견딘다. 최소한 6개월 백업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사태로 일상이 달라졌는가

▲그다지 달라진 건 없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진다. 은행 업무를 보고 본사에서 직원들과 이런저런 처리를 하다 보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다. 원래 잠드는 시간이 일정치 않은데 요즘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좋은 꿈은 못 꾼다. 쫓기는 듯하니 자는 둥 마는 둥한다.

-혹시 부부간 대화의 시간이 늘었나, 못했던 휴식이라도

▲대화의 시간이 많아졌지만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정부에 SBA 신청을 하려면 구비서류를 알아보고 챙겨야 하고 모기지 페이먼트를 유예해준다고 해도 은행과 연락을 취해야 한다. 당장은 건물주들과 연락해서 상황 설명도 해야 하고.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동안 열심히 노력을 했고 고객들 덕분에 사업 규모를 이 정도까지 키웠다. 이 사태로 모든 게 처음보다 못한 시점을 돌아왔지만 다시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뛰려고 한다. 우리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해서 서로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음식장사이니 정성스럽게 좋은 가격으로 다시 찾아 뵙고 싶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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