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명해야” 반대에 펠로시 의장 “이기적으로 행동 말라” 투표 방해 경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13일 의회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처리 예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지원 패키지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원이 상원에서 넘겨받은 2조2천억 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방침인 가운데 일각의 투표 연기 움직임에 대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 보도했다.
앞서 상원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이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는 27일 하원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원에서 가결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곧바로 발효된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 27일 '구두 투표'(voice vote) 방침을 밝히면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을 향해 표결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민은 확실성을 원한다"며 "내일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원의 간단한 구두 투표 방침에 반해 '호명 투표'(roll call vote)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이기적이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구두 투표는 의원들이 의회에 나올 필요 없이 투표하는 것이며, 호명 투표는 직접 의회에 출석해야 한다.
펠로시 의장의 경고는 일부 의원들이 이번 표결을 국회에 모여 정족수를 채우거나 기록을 남기는 호명 투표를 요구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하원 지도부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워싱턴DC로 모여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구두 투표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길 바라고 있다.
당장 미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8만 명을 넘어서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내는 국가로 기록됐다.
펠로시 의장은 원활한 구두 투표를 위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마크 메도스 백악관 신임 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와도 연락을 취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호명 투표를 요구하지 말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동료 의원들에게 구두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구두 투표가 모든 이들을 워싱턴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법안 통과를 늦추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반대 의사를 표명할 기회와 토론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소 한 명의 의원이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표결을 반대할 수도 있고, 일부는 호명 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로 공화당의 톰 매시 의원은 법안 투표를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면서 하원 지도부에 참석자 집계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지도부가) 구두 투표를 설득하고 있지만, 안 된다. 나는 이것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펠로시 의장은 매시 의원 등으로 인한 공화당 내 파행 가능성과 별개로 민주당에서도 호명 투표를 요구하는 의원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누구인지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하원 의원 수는 430명이며, 의원들은 지난 14일 이후 대부분 워싱턴을 떠나 있는 상태다. 2명의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3명은 자가 격리 중이다.
또 일부는 '자택 대피' 각 주의 명령 아래 놓여있다. 따라서 그들 모두가 27일 투표를 위해 의회로 모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