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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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런닝머신만 하면 안 되는 이유

2020-03-24 (화) 김현욱 피트니스위 광운대역점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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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 초보자를 위한 ‘헬린이 PT 안내서’ (7) 근력운동의 의미

헬스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운동기구를 꼽으라면 그것은 단연 런닝머신일 것이다. 텅텅 비어있는 헬스장 운동기구 사이에서도 런닝머신은 꾸준한 수요를 자랑한다.

이에 반해 웨이트존에 있는 기구들은 참 인기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에게는 밀기, 당기기, 차기 등등의 동작보다 걷기, 달리기 같은 동작이 더 익숙하다. 잘 알지 못하면 불편하고 불편하면 가까이하기 싫은 법이다.

어렵고 힘들다는 점도 근력운동을 멀리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다. 근력운동은 근력과 근지구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인 운동이다. 순발력, 근력, 지구력, 안정성 등 다양한 능력치를 요구한다. 헬스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평생을 진지하게 다뤄본 적 없던 것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운동과 개념들은 ‘수포자’가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과정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근력운동을 포기하게 만든다. 어쩌다 영상이나 책과 같은 매체로 운동을 접하고 시도해보려는 초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력운동을 하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유산소 운동은 산소를 사용한 운동이다. 체온유지, 걷기, 뛰기, 보습, 호흡, 사고활동 등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때의 에너지는 체내에 저장된 영양소가 산소와 만나 만들어진다. 따라서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 산소를 이용하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유산소성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심폐능력도 함께 좋아져 폐활량, 활력, 심장 및 혈관 건강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가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무산소 운동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말 그대로 산소를 소비하지 않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흔히 아는 근력운동이 이에 해당한다. 신체를 극한으로 몰아붙여서 당장 가용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 근육을 찢는 방식이다. 이 상황에서는 신체가 요구하는 산소량도 급격하게 많아져서 결국에는 호흡이 제공하는 산소량이 신체가 요구하는 산소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래서 무산소 운동이라고 부르고, 바로 이 원리가 유산소 운동이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감량 효과를 낳는 비결이기도 하다.

초과산소소비량(EPOC, Excess Post Oxygen Consumption)이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우리 몸은 움직이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움직이지 못하게 될까? 우리 몸은 그렇게 허술하게 설계되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당장 산소부족으로 현기증이 일어도 우리는 계속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EPOC 덕분이다. 즉 미래에서 산소를 빌려오는 것이다. 부족해진 산소를 이용하는 대신 무산소 상태에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다만 이는 우리 몸에 상당한 부담을 가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이 끝난 후 휴식기에 접어들면 몸은 지금까지 부족했던 산소량에 더해 손상된 부분을 회복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산소를 요구한다. 대출받았던 산소를 이자까지 쳐서 갚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칼로리 소모가 발생한다. 그 효과는 약 20% 정도로 5번 운동할 때마다 1번을 추가로 운동하는 셈과 같다.

무산소 운동은 그 강도에 있어서 유산소 운동을 상회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비하는 열량이 훨씬 많다. 유산소 운동보다 무산소 운동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한다는 의미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걷기와 스쿼트를 비교해보자. 걷기를 1시간 하는 것보다는 스쿼트를 연속으로 1시간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살만 빼면 연예인들처럼 멋있고 예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탄탄하고 예쁜 몸을 갖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지방량과 근육량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1년이라는 기간 안에 근육량이라는 과목과 지방량이라는 과목으로 100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쪽의 점수를 올리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느 과목 하나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0점에서 50점으로 가기는 쉽지만, 50점에서 100점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 똑똑한 학생은 한 과목만 선택해 불확실한 100점을 노리기 보다는 두 과목을 모두 공부해 보다 받기 쉬운 50점을 맞아 합산 100점을 받는 길을 택할 것이다. 게다가 후자의 경우 각 50점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근력운동은 꼭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부분을 무산소 운동, 즉 근력운동으로 메울 수 있다. 모든 근육은 각각 주어진 역할이 있고, 단 하나도 허투루 있는 것들이 없다. 물론 한 곳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지만, 다른 근육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현상이 연쇄적으로 지속되면 한 군데에서 시작한 통증, 질병이 점점 다른 쪽으로 전이돼 몸 전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근력운동을 통해 근력, 지구력, 유연성 등 필요한 기능들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

사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은 운동의 종목으로 나뉘는 게 아니다. 똑같은 달리기지만 우리가 하는 조깅은 유산소 운동인 반면 스프린터의 100m 전력질주는 무산소 운동이다. 반대로 푸시업을 한다고 해도 그걸 30분, 1시간씩 할 수 있으면 이건 유산소 운동에 가깝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나누는 기준은 말 그대로 산소의 유무다. 운동을 할 때 이를 잘 구분해야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가 있다.

물론 더 힘들게 운동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유산소 운동만 하거나 무산소 운동만 하는 것보다는 둘 다 같이하는 것이 좋다. 똑같이 1시간 달리기를 한다면 10분간 전력질주 후 50분 천천히 달리는 것이 1시간 내내 천천히 달리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처음 헬스장에 왔을 때 보이는 기구들과 근력운동들이 낯설고 힘들 수 있다. 그로 인해 운동이 무섭고 멀리 느껴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으로, 운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하다 보면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유산소 운동 위주의 트레이닝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 세상에 편하게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를 내기로 결심했다면 용기를 가지고 부딪혀보자. 앞서 배웠던 운동들과 앞으로 배울 운동들로 유산소 운동의 ‘빈자리’를 메워보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노력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김현욱 피트니스위 광운대역점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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