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유학·취업 등 목적 미국 가기 어려워…장기화시 수 만 명 영향권
▶ 90일 이내 무비자 방문 가능…방문 제한보단 민원인 접촉 최소화 목적 가능성
美측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차원으로 한국측에 사전 설명
주한 미국대사관 19일(한국시간)부터 비자발급 중단, ESTA 방문은 가능 (서울=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따라 한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한미간 인적 교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새로 학업·취업·파견 등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내 장기 체류를 준비하던 국민은 계획의 수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가족 이민이나 학업, 취업, 주재원 파견 등을 이유로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한국민의 숫자는 연간 수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2019년(회계년도) 기준 한국민이 발급받은 이민비자는 5천여건, 비이민비자는 7만여 건에 달한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수 만 명의 한국 국민이 이번 조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국민의 미국 방문을 제한하기 위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존 비자의 효력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따라 무비자로 90일 이내 관광·상용 목적의 방문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민의 미국 방문을 줄이기 위해선 비자발급을 중단하기 보다는 무비자 입국을 막는 게 효과적이다. 미국을 찾는 한국인의 대부분이 무비자로 단기 체류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한국인의 입국을 줄이기 위해 비자 발급은 까다롭게 하면서 무비자 입국만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런 조치를 한 배경에는 '인터뷰' 등 미 대사관 인력들이 한국인과의 접촉 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 대사관 측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인터뷰가 필요한 비자 발급 서비스를 일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사전 설명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도 "미국에 오지 말라는 게 아닌 미 대사관 인력의 한국인 대면 접촉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면서 "비자 발급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가 불필요한 비자 갱신 등의 업무는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긴급 출장, 인도주의적 목적, 의료적 필요 등 긴급한 사유가 있는 우리 국민은 긴급 비자 인터뷰 예약을 통해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가능하다.
미 대사관은 보도자료에서 "시급한 용무가 있어 즉시 미국 방문이 필요하면 긴급 비자 인터뷰 예약을 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긴급 비자 발급에 대한 가이드라인(www.ustraveldocs.com/kr/kr-niv-expeditedappointment.asp)을 보면 전자여행허가제(ESTA)에서 거부된 경우, 긴급한 치료목적, 가족 장례식 참석, 시급한 학업상 목적 등이 사례로 나와 있다.
다만 이는 기존 '가이드라인'이어서 비자 발급이 중단된 현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비자 발급이 언제 재개되느냐다.
미 대사관은 "정규 비자 업무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하나, 현재로서는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 것인지 공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조치의 대상국을 '국무부 여행경보 기준 제 2, 3, 4단계 경보가 발령된 국가'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구에 대해 최고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나머지 한국 지역에 대해선 3단계(여행 재고) 여행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여행경보가 1단계 이하로 하향 조정돼야 비자 발급 업무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미 대사관 측은 이번 비자 발급 업무중단이 일시적인 조치이며 최대한 빨리 비자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북한을 다녀온 이들은 미국 방문이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으면 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이 조치 대상은 모두 3만7천여명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