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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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냐 방역의 의무냐

2020-03-13 (금)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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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권리장전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이래로 명문화된 미국헌법 수정조항 등에서 보호 강조하는 조항에는 종교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다. 이 조항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도마에 올라온 양상이다. 한국의 거대한 종교집단인 신천지 내에서의 집단 감염이 나라전체를 소용돌이로 몰고 있는 상황에서 대두됐다.

코로나19의 집단 감염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한 유력정치인이 얼마전 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방안으로 종교집회의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내리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종교와 집회의 자유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 될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지금 중세의 신교 프로테스탄트 전쟁의 현장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코로나19 확산사태는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을 포함, 전 세계, 이른바 세계적 대유행인 펜데믹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이런 논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논쟁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분위기가 되었다. 집단감염의 최 취약지중의 하나가 바로 교인이 운집하는 교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개신교 그룹은 미국의 존재 그 자체를 담보하기 때문에 종교집회의 자유는 대통령도 마음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이슈가 논쟁거리가 된다 할 경우 어떻게든 최대한 개인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방역을 해야 하는 점이 첨예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기독교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계속 확산될 경우 올 대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과연 종교집회를 강제 금지시키려 할까. 남부 보수 침례교단의 반발과 비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반발을 감수해야할 입장에서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다행인 것은 뉴욕의 대다수 한인교회가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교회의 비협조로 만의 하나 어느 한 교회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생긴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집단 발발한 시애틀이 중국의 우환처럼 미국인들 사회에서 악마화(demonize) 된 것처럼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실제로 간접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한 아시안 남성이 브루클린에서 마스크를 썼다고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 일부의 경우지만 이런 분위기가 자칫 확산될 경우, 1992년 한인사회가 무참히 당한 LA폭동 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런 상황까지 예상한다면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한인교계가 솔선해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마련하면서 캠페인이라도 적극 벌여야할 시점이다. 순식간에 한국의 대구 신천지 사건으로 전 세계에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오명과 비난이 덧씌워지는 불상사를 우리가 지금 실제로 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뜻있는 한인목회자들이 신도들에게 가정예배를 호소하거나 아니면 유튜브나 트위치(twitch) 같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모범 커뮤니티의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벌써부터 일부에서 이런 방법으로 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문제시 교회 봉쇄까지 이르는 최악의 사태를 사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교회가 발 벗고 나서 곳곳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예배를 볼 경우 신도들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게 하고 실내 환기를 자주 해주고 면역력 증강을 위한 건강관리를 독려하는 한인교계의 적극적인 모습이 보고 싶다. 자기교회 돌보기에만 치중하다 커뮤니티 전체에 우를 끼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그런 부정적인 교회가 되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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