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리디스크 80%, 통증 관리만 해도 충분합니다

2020-02-25 (화) 김긍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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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압박보다 염증반응 원인, 감량·척추근육 키우는 운동

▶ 올바른 자세 만드는 습관 등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

30세 사무직 남성 L씨는 한 달 전부터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업무시간 대부분을 앉아 있는 그는 통증이 심해지면서 의자 등받이에 기능성 방석도 써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왼쪽 발끝도 저려왔다. 세수를 하거나 양말을 신으려고 허리를 숙이면 통증은 더 심했다. 결국 근처 병원을 찾았고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판정을 받았다.

허리 디스크의 경우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80%가량은 한두 달 안에 통증이 줄어든다. 디스크가 터진 경우 더 빨리 흡수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증상이 심한 한두 달 동안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통증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미만이다.

다리를 꼬고 앉는 등 안 좋은 자세로 척추 관절에 무리가 가는 작업을 계속하면 요추(허리뼈)에 힘이 많이 가는데 장시간 지속되면 허리 디스크에 걸릴 수 있다. 오랜 흡연도 허리 등 척추 관절과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를 진행시킨다.


허리 디스크 환자는 요통과 함께 압박되는 신경근의 피부 분포에 따라 주로 엉덩이·허벅지·종아리에 이르는 저림, 통증, 이상감각을 느낀다.

추간판이 탈출하는 증상은 기억할 만한 외상 후에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별다른 사건 없이 천천히 발생할 수도 있다. 20~40대에 잘 발생하지만 간혹 청소년기나 60세 이상 노인에게서도 나타난다.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단순히 디스크에 의한 신경 압박 때문이라기보다는 디스크에 의해 유발된 신경근의 화학적 염증 반응이 더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이다. 통증이 없으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디스크의 정도에 따라 증상과 치료 방법은 다양하다. 물리치료만 꾸준히 받아도 낫는 디스크가 있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체중을 조절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척추 근육을 튼튼히 하면 고칠 수 있다. 나쁜 자세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약물·물리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에 강력한 소염제인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기 방사통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지만 탈출한 추간판의 크기를 작아지게 하는 효과는 없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포함한 항혈소판제나 항혈액응고제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주사치료를 하기 약 1주일 전에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심각한 심혈관 질환으로 항혈액응고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사요법을 시행하면 안 된다. 국제척추중재시술학회 지침에 따르면 6개월에 4회 이내, 최소한 2~3주 간격으로 투여를 제한한다.

수술적 치료는 하지 감각이상과 근력 소실 등 신경 증상이 점점 더 진행하거나 마미증후군이 나타난 경우 시행한다.

허리·다리 통증은 없어졌는데 발가락이나 발목에 마비 증상이 있다거나 다리가 끌리고 절뚝거린다면 신경마비를 의심할 수 있다. 이때는 통증이 없어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리치료, 통증클리닉의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을 써봤지만 효과가 없어 요통·하지통이 심한 경우, 신경마비가 동반된 경우, 자기공명영상(MRI) 소견으로 심한 파열성 디스크가 있어 다른 보존적 치료를 해도 별 효과가 없고 마비가 올 확률이 높을 경우 수술을 권한다.

2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자연적으로 치유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수술을 해도 결과가 나쁘다는 보고가 있다. 지나치게 오랜 기간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는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긍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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