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흡연자 입사금지 vs 개인 사생활 침해’

2020-02-22 (토) 12:00:00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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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연 직원 의료비용 가중 비흡연 직원만 채용 기업 금연정책 도마위에

‘흡연자 입사금지 vs 개인 사생활 침해’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는 마벨 배틀씨는 뜯지 않은 담배갑을 지니고 있다. 10여년 전에 몇 번의 시도 끝에 금연에 성공한 후 담배가 생각나면 꺼내 보면서 금연 의지를 다져 왔다. 하지만 그가 금연을 하게 된 데는 건강 문제 보다는 직장의 강력한 금연 정책 때문이다. 흡연자들의 입사가 금지되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금연 원칙을 지켜야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 배틀씨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금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 기업 중 강력한 금연 정책을 앞세워 흡연자의 입사 자체를 금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흡연과 비흡연자를 가리는 과정에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직장 내 금연 정책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과거 건강 관련 직종 등 특정 분야에 국한돼 실시되던 직장 내 금연정책이 이제는 미국 내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흡연자의 선발 배제 및 퇴출 권한을 기업에게 부여하고 있는 미국 내 주는 모두 21곳으로 캘리포니아주는 포함돼 있지 않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 이동 장비 대여 업체인 ‘유홀’(U-Haul) 이 지난 주 직장 내 금연에 관한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았는데, 앞으로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반드시 비흡연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홀이 내놓은 비흡연자 기준은 니코틴 테스트를 통고한 사람이다. 따라서 담배를 포함해 니코틴이 함유된 관련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은 21개 주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홀은 미국 전역에 걸쳐 약 3만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기업들이 금연 정책을 채택하는 데는 직원들의 건강 문제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비용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직장 내 금연 정책이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되면서 흡연 직장인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금연 정책으로 인해 흡연 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다. 생계가 걸려 있는 직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장의 금연 정책이 자칫 직장 밖 개인 사생활에도 개입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흡연자의 취업 제한과 퇴출 정책이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종의 ‘빅 브라더’(Big Brother)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찬반 논란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퇴근 후 직원들의 흡연 여부를 관리하는 다양한 금연 관리 프로그램이 개인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주장이 권익옹호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흡연 직장인들이 직장 금연 정책에 맞설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법에 호소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하지만 SNS 사용이 익숙한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직장의 퇴근 후 금연 관리 프로그램이 건강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과 태도 변화와 함께 금연 정책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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