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루의 ‘조선인’을 읽고

2020-02-12 (수) 신응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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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백년전 조선총독부는 한일합방 후 강압적 무력으로 통치하던 조선 식민지 정책을 3.1 운동이 발발한 후에는 어떤 지배 형태를 유지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조선 총독부는 당시 한국 문학을 연구하던 다카하시 도루의 논문 ‘조선인’을 1921년 발간하여 식민지 통치의 자료로 삼았다.

동 단행본은 조선의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조선인의 특성을 연구한 심도 있는 조선국민의 특성을 담고 있다. 19세기 말 전후로 주로 외국 선교사의 기행 방문기는 있었으나 조선의 사회, 역사, 문화 및 종교 분야를 두루 연구하고 쓴 책은 도루의 책 ‘조선인’이 유일했다.

다카하시 도루가 지적하는 조선인의 특성을 살펴보면 먼저 공사구분이 안되고 형식주의, 당파성이 심히 많다고 지적했으며, 그 외에 문약함, 심미적인 안목이 없고, 사상의 종속성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용과 위엄, 순종, 낙천성 세 가지는 조선인의 아름다운 자질이라고 기술했다.


다카하시의 저서가 발간된 지 100여년이 지난 지금, 식민사관에 의한 불순한 주장이라고 반박하는 비난과 일본의 조선 지배의 영속성을 위한 정치적인 의도에 분노하는 차원에서 매몰되어 조선 민족성에 대한 객관성을 외면한 상황에 머물러온 감이 있다.

우리는 한국인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추구하는지의 질문 앞에서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다카하시 도루나 외국인 학자의 우리 공동체에 대한 연구내용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해방 후 75년이 지난 오늘 다카하시의 ‘조선인’을 다시 읽는 이유는 우리 한국인 스스로를 바라보고 자기 민족성 개혁의 주장들을 숙고하려 한다. 우리는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할지를 깊이 성찰해야하며 민족 공동체를 이해하고 그 관계를 바르게 설정하는 것은 변함없는 과제로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사회 정치적인 이념의 갈등,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 분단, 남한의 정치형태의 극한 이념 대치는 우리 한반도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개인 연소득 3만달러의 시대, 경제 규모 12위의 나라, 전후 폐허에서 기적을 일군 성공적인 경제성장 모델의 국가 대한민국의 문제는 무엇이며 오늘날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한민족의 민족성에 대한 연구와 지적을 겸허하게 듣고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해야 한다. 민족성을 개조, 개혁해 나가는 노력을 함으로써 지구상의 새로운 한민족 문명을 세워나가야 하며, 궁극에는 한 국가와 민족으로 어느 문화에도 뒤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문명국가를 만들어 나가기를 염원한다. 지정학적으로 이웃의 침략의 역사로 조공과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불안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한민족의 특성을 이제는 개조할 때가 되었음을 모두 인정해야 하겠다.

인류 문명을 리드해 나온 민족들이 견지한 국민성을 살펴보며 한민족의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선진사회의 엘리트층에 내재하고 있는 특성은 역사성, 도덕성, 단합성, 희생성과 후계성이다. 이 특성은 오랫동안 그들의 생활 속에 배어있는 즉, 삶 속에서 보고 느끼며 부모세대들을 통해 전수되어온 거룩한 유산인 것이다.

우리 한민족의 좋은 속성과 서구 문명사회를 이룬 우수한 특성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우리 후손들에게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자. 이러한 특성을 내재한 내일의 한 민족에게는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갈등 해소의 실타래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해본다.

<신응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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