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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

2020-02-11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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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인디애나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사우스 벤드 시장 피트 부티지지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인물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의 나이가 서른일곱이고 동성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대권 도전은 시작하자마자 끝난 걸로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열 달이 지난 지금 아이오와 민주당 경선에서 부티지지는 당내 진보파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버니 샌더스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50년에 달하는 정치경력에 오바마 밑에서 8년이나 부통령을 한 조 바이든은 저 아래 처지는 4등을 했다.

민주당의 주요 대선 후보 중 현실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것은 조 바이든뿐이라는 것이 얼마 전까지 정치적 통념이었다. 샌더스나 엘리자벳 워런은 민주당 내에서는 인기가 있을지 몰라도 중도층 표가 필요한 본선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바이든과 함께 온건파로 분류되고 있는 부티지지는 정치경력이 짧고 나이가 어리며 동성애자라는 것이 결격사유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아이오와 경선은 적어도 백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조건이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돌이켜보면 지난 60년간 민주당 정치사는 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대선후보로 뽑히고 그들이 본선에 나가 이기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1960년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존 F. 케네디는 약관 43세로 당선되면 미 역사상 선출된 대통령으로는 최연소였다.

그러나 나이보다 더 큰 약점은 가톨릭이라는 그의 종교였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온 앵글로색슨 개신교가 주류인 미국사회는 그 전까지 단 한명의 가톨릭도 대통령으로 뽑은 적이 없다. 그는 이 벽을 깼다.

그 다음으로 민주당 대통령이 된 지미 카터는 무명 인사였다. 그러던 그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연승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고 그의 참신함이 결국 백악관 입성을 가능케 했다. 빌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그는 태어나기도 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툭 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도박 및 알콜 중독 의붓아버지 밑에서 컸다. 그러면서도 혼자 힘으로 결손가정 출신 대통령이 됐다. 오바마 또한 케냐 유학생을 아버지로 편모슬하에서 자랐음에도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되는 업적을 남겼다.

이런 민주당의 전력으로 보면 부티지지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11월 본선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웃 버몬트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뉴햄프셔에서도 그는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1일 열리는 뉴햄프셔 예선에서도 그가 이길 경우 모멘텀은 그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승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에게 놓인 첫 번째 장벽은 흑인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다. 흑인 등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그의 지지는 매우 낮다. 이곳은 흑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바이든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바이든이 참패한다면 유권자의 마음이 어떻게 흔들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이든이 탈락할 경우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부티지지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그 한 사람은 전 뉴욕시장 마이크 블룸버그다. 블룸버그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같은 군소주를 제끼고 대의원 절대 다수가 결정되는 수퍼 화요일에 전력을 쏟는 특이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이미 대선 홍보비로 2억 달러를 쏟아 부었고 다른 후보를 다 합친 것과 맞먹는 2,100명의 캠페인 요원을 채용했다. 정보 테크놀로지 회사로 큰돈을 번 억만장자답게 그 선거진영의 정보량과 테크놀로지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또한 민주당내 좌파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부자라는 점에서 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간 미국 대선은 통념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과연 올 대선에서도 이변이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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