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철거된다. 그 자리에는 중국공산당 핵심지도자 시진핑의 초상이 들어선다. 교회의 사인 판에 새겨진 십계명이 지워진다. 대신 시진핑 어록으로 채워진다.’
그라운드 제로, 우한은 물론이고 12개 성(省) 76개 시에 봉쇄령이 내려져 5억의 시민이 격리됐다. 공식적인 확진환자 수는 3만을 넘어 4만을 향해가고 있다.(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 현재) 우한 폐렴이 여전히 맹렬한 기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로 전해진 뉴스다.
기독교뿐이 아니다. 회교, 불교, 심지어 도교도 박해대상이다. 신장성에서 200여만 회교도들이 수용소에 감금돼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이도 모자라 모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회교 문화재까지 파괴된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해온 도교 사원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 2월1일, 그러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성 전염병 우한폐렴 창궐과 함께 전 중국이 마비상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공산당국은 모든 종교행위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령 실시에 들어갔다.
바이블 스터디를 하고 싶다. 먼저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당이 장소와 시간을 정해준다. 성경책도 지정해준다. 공산당이 새로 펴낸 성경책, 다시 말해 공자의 말도 들어있고 무엇보다도 시진핑의 어록이 자주 인용돼 있는 그 성경책 말이다.
이것이 베이징 당국이 제정한 종교행위와 관련된 새 규정의 하나로, 불교의 스님들은 불경보다 시진핑사상 명상을 우선시 해야 한다.
신문화혁명의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할까. 중국전역에. 이 신문화혁명이 그렇다. 과거 마오쩌둥의 문화혁명보다 더 원대한 야망을 지니고 있다. 믿음의 대상(God이든, god이든 간에)을 중국공산당, 더 나가 핵심지도자 시진핑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은 중국적 특성의 사회주의와 모든 종교의 중국화다.
이와 함께 모든 종교의 사제계층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공산당 통치, 궁극적으로 시진핑 1인 통치의 당위성과 우월성에 대한 선전선동의 임무다.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해당 종교는 혹세무민의 이단으로 몰린다. 그리고 감옥행이다.
종교인뿐이 아니다. ‘새로운 미션’은 영화인, 언론인, 예술가들에게도 부과됐다. ‘모든 영화는 그 바탕에 깔린 이데올로기가 분명해야 하고 정치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용납되지 않는다’-당국이 내린 지침이다.
이에 따르면 예술인들은 모름지기 인민과 사회주의에 봉사해야한다. 언론인들은 마르크스주의 가치관에 충실한 보도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상업 광고물 제작에도 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강조된다.
괴질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몰아치고 있는 신문화혁명의 광풍. 이는 그러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중궈멍(中國夢- 중국인의 꿈)’이 그 진원지다. ‘근대 이래로 모든 중국인들이 꾸고 있는 가장 위대한 꿈은 다름 아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다’- 시진핑이 한 말로 ‘중궈멍’은 시진핑 체제의 주 아젠다다.
“시진핑은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나 그 알맹이는 한(漢)지상주의다. 그 시진핑은 중국인의 꿈 실현을 자신에게 부과된 역사적 소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런던대학의 스티브 트상 교수의 진단이다.
꽤나 거창하게 들린다. 그러나 쉽게 이야기하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은 공산당 독재, 더 나가 시진핑 1인 독재밖에 없다는 것이 내세우려는 진짜 의도다.
이와 관련해 다시 불붙은 것이 해묵은 ‘홍전(紅專)논쟁’이다. 결국은 홍(紅),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가 새삼 강조되면서 불어 닥친 것이 바로 신문화혁명광풍으로 이는 다름 아닌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이제는 아주 중증의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증좌가 아닐까.
우한폐렴 확산사태를 맞아 허둥대는 시진핑 체제의 모습. 그와 관련해 타임지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시진핑이 서방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안으로 아주 오만하게 제시한 중국특성의 사회주의라는 것은 알고 보니 바이러스 침투에도 흔들리는 허약한 체제라는 사실이 입증 됐다’는 것이 바로 그 지적이다.
1인 통치강화 결과 권력의 주변에는 아첨꾼 아니면, ‘예스맨’들로만 채워졌다.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보는 시스템, 그 시스템은 우한폐렴 확산과 함께 극히 불안정한 체제인 것으로 판명됐고 시진핑의 통치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타임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처음에는 공포로 시작된 우한폐렴 쇼크가 점차 분노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분노는 양심적인 내부고발자인 후베이성 중앙병원의 의사 리원양이 우한폐렴으로 사망하면서 더욱 확산될 기미다. 마치 바이러스가 맹렬히 번져가듯이.
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산당 핵심지도자의 입만 바라보면서 은폐에 거짓 통계만 내놓아 결과적으로 전 지구적인 전염병으로 키운 중국공산당. 그들에 대한 세계인들의 분노도 높아가면서 중국몽은 한낱 웃음꺼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다. 여전히 중국몽이라는 미몽에 사로잡혀 중국에, 시진핑에게 극진한 ‘사대의 예’를 다하고 있다. 그러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차례 왕림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방역주권 행사까지 삼가면서.
그 모습이라니. 분노가 치밀다 못해 허탈증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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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