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배당금(dividends of democracy)‘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국격 상승, 창의력 제고, 준법질서 등 민주주의 체제 운영으로 얻게 되는 국내외적인 이익을 말한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최근 보고서는 이 ‘민주주의 배당금’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건강한 시민’이라고 할까, ‘건강한 사회’라고 할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 국가였다. 그러다가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서 권위주의 체제로 변질됐다. 베네수엘라, 터키, 니카라과 등이 그 케이스다. 이 신 권위주의 체제 나라 국민들의 기대 수명치는 2%가 감소된 것으로 미외교협회 자체 연구조사는 밝히고 있다.
주 원인은 민주사회의 감시체계 붕괴와 함께 공중보건정책이 엉망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전염병이 창궐한다. 이 경우 특히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라는 게 이 연구보고서의 또 다른 지적이다. 전염병 퇴치에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투명성과 신뢰다. 이것이 결여돼 있는 권위주의, 혹은 독재체재들은 전염병 대처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맹렬한 기세로 번져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인 우한 폐렴이. 그 첫 환자가 공식 보고된 시점은 지난해 12월8일이다. 이후 두 달이 채 못 된 2020년 2월초의 시점. 확진환자 수는 1만선을 넘어섰다.
이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국정부당국이 밝힌 ‘공식적인 숫자’다. 실제 환자 수는 우한에서만 7배가 넘을 것으로 홍콩 등 중국 밖 의료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2020년 1월25일 현재로 우한 일대의 환자 수만 7만5,815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그리고 우한에서 422마일 떨어진 충칭에서 400여건, 베이징에서 113건, 상하이에 93건 등 감염자 발생과 함께 중국전역으로 무섭게 번져 나가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2차, 3차 감염사례가 보고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급기야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천재든, 인재든 간에 독재체재는 재난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1986년 체르노빌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소련당국이 먼저 취한 조치는 사건은폐였다. 중국공산당은 그 소련식 대처각본을 그대로 답습했다. 그 결과 우한 폐렴은 중국을 벗어나 전 세계적 위기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거다.
이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이른바 ‘중국식 사회주의’의 민낯이다. 투명성이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결여돼 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이니,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게 중국식 사회주의다.
“…이 중국식 사회주의는 비밀주의가 그 생존의 열쇠다. 공산당 최우선이란 원칙하에 뉴스 미디어는 물론 시민의 자유도 통제된다. 공산당 리더십에 흠이 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모든 것이 은폐된다. 그 결과로 전 인민이 해를 입든, 전 세계적 위기상황으로 번지든 간에 무조건…” 중국문제 전문가 민신페이 교수의 지적이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우한 폐렴 만연 위기는 어쩌면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거다. 중국당국이 발표하는 감염경로,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수도 어딘가 조작의 냄새가 난다. 여전히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처리에 한커우 등지의 화장장은 하루 24시간 풀가동되고 있다는 것. 그 숫자만 해도 수천 명이 넘는다. 그런데 보고된 사망자수는 수백에 불과하다. 그러니….
거기다가 도시만 봉쇄된 것이 아니다. 정보도 철저히 차단됐다. 때문에 본토의 중국인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미국 등 외국의 지인들에게 중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묻고 있는 형편이다.
“우한폐렴 만연위기, 그 최대 비극은 다음에 또 다시 유사사태가 발생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공산당 1당 독재,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이어지는 한….” 계속되는 민신페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그는 중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치명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성 질병만연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은 다름 아닌 시진핑 체제의 중국공산당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나저나, 결국 ‘빅 원(The Big One)’이 오는 것은 아닐까. 그 전염속도가 ’사스‘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다. 이와 동시에 점차 고조되고 있는 우려다.
허둥대는 시진핑 체제의 모습에서도 그 불안이 느껴진다. 모든 것이 통제다. 하루아침 13개 도시의 5,000만에 가까운 시민에 대해 격리조치를 취한데서 볼 수 있듯이. 뭐랄까. 경제성장은 아예 포기한 것 같다.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그렇다. 지난 30년간 공산당통치의 정통성을 뒷받침해온 것은 공산이데올로기가 아닌 경제성장이다. 그 대가로 13억 중국인민은 자유에의 권리를 유보해온 것이다.
체제의 생존이 걸린 그 경제성장 마저 내팽개치고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나섰다. 무엇을 말하나. ‘천멸중공(天滅中共-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할 것이다)’- 전 세계 중화권에 나돌고 있는 이 예언성 유언비어를 베이징은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