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허거’(Panda Hugger-친중파) 중 ‘판다 허거’라고 할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디온 래치먼이 바로 그런 논객이다. 그 래치먼이 최근 일종의 전향고백서 같은 칼럼을 썼다. 더 이상 중국 예찬론자가 아니다. 이제는 중국 회의론자가 됐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의 생각을 바꾸었나. 침체국면의 중국경제. 아니면 홍콩의 자유화 민중봉기 때문인가. 아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둘 다 아니라는 거다. 그러면 무엇이.
1당 통치에서 1인 통치로 퇴화하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 시진핑 개인숭배에서 뭔가 불길한 전조가 엿보여서라는 것이 래치먼의 고백이다.
1인 독재는 성공한 전례가 없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체제나 소련의 스탈린 체제가 증명하듯이. 그런데 시진핑은 드러내놓고 마오쩌둥과 스탈린을 찬양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가르침을 따를 것을 강제화하고 있다.
1인 독재, 개인숭배 체재에서는 항상 어딘가 상한, 그러니까 잘못된 정책이 도입되기 마련이다. 겁에 질렸거나 아첨만 일삼는 보좌관들이 실제 상황보다는 독재자가 듣기 원하는 것만 말하기 때문이다.
그 탓인가. 그 체제의 집권세력은 일종의 집단성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증세를 보이는 경향이다.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증세 말이다.
이런 허구의 체제, 폭정 체제하에서 전염병은 때로 의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武漢)에서 발생해 중국 전역을 거쳐 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성 전염병 ‘우한 폐렴’ 만연사태가 바로 그렇지 않을까.
첫 환자가 보고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초순께다. 환자가 하나 둘 늘어가도 당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급기야 환자가족들이 괴질 발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자 당국은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유언비어 살포죄로 검거해 처벌했다.
괴질은 그러나 계속 번져나갔다. 우한은 중국 내륙지역 교통의 허브다. 그 어느 곳 보다 사람들의 내왕이 많은 곳. 그런 지리적 이점(?)을 타고 인근 도시는 물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조용히 번져갔다.
그래도 당국은 ‘쉬쉬’로 일관했다. 중국공산당 정권의 우선순위 넘버 1 정책목표는 언제나 체제안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신통치 않아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 마당에 ‘괴질만연’을 공표할 때 어떤 파장이 몰아닥칠까. 그러니 지방당국의 입장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 베이징당국도 마찬가지다. 최고지도자의 심기부터 살펴야 하니까.
1월 초순은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전후해 연인원 30여 억 명이 이동하는 특별수송기간 춘윈(春運)이 시작되는 시즌이다. 중국내 11개성과 연결되는 교통의 허브 우한은 더 붐볐다. 그때까지도 당국은 ‘괴질’에 대한 발표를 꺼렸다. 결과적으로 괴질의 확산을 부채질 한 것.
오히려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정무적 고려’와 함께 대대적인 춘제행사를 벌였다.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우한시장이 마련한 ‘4만명 초대 동시 회식행사’가 그것이다. 그리고 사회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불허한 것.
괴질은 무섭게 번져나가면서 불안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종의 조난신호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당국이 단속을 펼쳤으나 중국의 네티즌들은 아비규환의 현장, 우한의 상황을 계속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2020년 1월20일. 그러니까 괴질 발생 한달도 훨씬 지난 시점에 베이징 당국은 결국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흡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성 질병 만연사태를 시인하면서 이 ‘우한 폐렴’은 ‘사람 간 전염이 되는 질병’임을 밝힌 것이다.
핵심지도자 시진핑도 한마디 거들었다. 방역에 만전을 기하라고.
그러나 ‘황금 방역기’를 이미 놓쳤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통제 불능상황을 맞아 베이징 당국은 우한시를 비롯해 12개 이상의 시, 4,000여만 시민에 대한 격리조치를 취하기 이른 것이다. 이는 2002년~2003년 사스 만연 때에도 없었던 조치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 ‘우한 폐렴’ 만연사태는 2월에 피크를 맞아 중국에서만 감염자 수는 최소 25만에서 35만에 이를 것이다.” “우한에 이어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 대도시가 봉쇄되고 의료진 부족으로 많은 지역에서 확진환자에 대해 사실상 자택연금인 ‘가택격리’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뒤따라 여기저기서 나오는 경고로 괴질 창궐사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함께 자칫 ‘인도주의적 위기(humanitarian crisis)’로 번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 싱크 탱크 시노인사이더의 경고다. 비유하자면 ‘중국판 체르노빌’ 사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민의 안녕과 생명보호보다는 당과 공산당 체제안정만을 염두에 두면서 늑장대처를 한 결과 화를 키운 사실이 드러날 때 이는 대중의 격렬한 분노를 촉발, 시진핑 체제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진단도 따르고 있다.
마침내 천하대란의 조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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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