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운장암’

2020-01-23 (목) 공광규
크게 작게
‘운장암’

이승규 ‘Re-created Steadicam, Red&Black’

풀 비린내 푸릇푸릇한 젊은 스님은
법당 문 열어놓고 어디 가셨나
불러도
불러도
기척이 없다
매애
매애
풀언덕에서 염소가
자기가 잡아먹었다며
똥구멍으로 염주알을 내놓고 있다

공광규 ‘운장암’

참 무서운 일이다. 염소가 스님을 잡아먹었다니. 그것도 한 소식 얻은 노스님도 아니고 푸릇푸릇한 젊은 스님을 보리싹처럼 낼름? 풀 비린내 났다니 계율도 잘 지킨 스님이었을 텐데! 매애매애~ 아기처럼 연약하게 울지만 단추처럼 노란 눈동자엔 영혼이 비치지 않았더랬지. 얼굴로는 시치미 떼고 양반수염 휘날리면서도, 똥구멍으론 염주알 쏟으며 끔찍한 범행을 자랑하고 있었다니. 명탐정 시인 아니었더라면 완전범죄가 될 뻔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염소는 따끈따끈한 콩자반을 내놓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반칠환<시인>

<공광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