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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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2020-01-21 (화)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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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김미수 ‘Strained’

눈 내린 날 태어나
시골집 마당이나 마을회관 한구석
혹은 골목 모퉁이 우두커니 서서
동심을 활짝 꽃피우는 사람
꽝꽝 얼어붙은 한밤 매서운 칼바람에도
단벌옷으로 환하게 꼿꼿이 서서
기다림의 자세 보여주는
표리가 동일한 사람
한 사흘,
저를 만든 이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마음의 심지에 작은 불씨 하나 지펴놓고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이
이 세상 가장 이력 짧으나
누구보다 추억 많이 남기는 사람

이재무 ‘눈사람’

그 많던 눈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솔잎 눈썹에 숯덩이 코, 벌거벗은 외투에 솔방울 단추, 하얀 대머리에 빨간 대야를 눌러써도 어울리던 눈사람. 빗자루 팔 활짝 펴고 늦은 귀가를 맞아주던 눈사람. 뜨거운 아랫목도 손난로도 한사코 마다하던 눈사람. 소한 대한 추위 다 지켜주고, 봄이 오면 슬며시 풍년을 남기고 사라지던 눈사람. 가랑눈, 싸락눈, 도둑눈, 함박눈… 가난한 마을도 부자 마을도 평등하게 덮어주던 복지사 눈은 어디로 갔을까. 만년설도 녹는다는 북극 제 고향 구하러 엄지장갑 끼고 달려갔을까. 그리운 눈사람. 반칠환<시인>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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