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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런 뉴스

2020-01-21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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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유럽 최강이지만 19세기 초만 해도 독일은 수많은 군소 공국으로 갈라진 약체였다. 독일의 동쪽 끝인 동 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칸트의 고향이다)에서 서쪽 쾰른까지 물건을 운반하려면 80차례의 검사와 함께 관세를 내야했다.

학자들은 19세기 초 독일 안에 1,800개의 관세장벽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경선이 있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프러시아 안에서도 67개의 관세장벽이 있었다. 물건이 남아 도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원의 효과적인 이용의 길이 막히고 산업과 무역의 발전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인구로 보나 면적으로 보나 프랑스보다 훨씬 큰 독일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에게 판판이 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반성이 독일인들 사이에서 일었고 그래서 태어난 것이 독일 관세동맹이다. 1833년 첫 관세동맹 조약이 체결된 후 1866년에는 거의 모든 독일 공국이 이에 가입했고 독일은 프랑스를 압도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게 됐다. 1870년 나폴레옹의 조카로 그와 닮은 것은 이름뿐인 나폴레옹 3세가 멋모르고 프러시아를 공격했다 포로의 신세가 된 후 권좌에서 쫓겨나고 만다.


산업과 경제가 발전하려면 시장이 커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와 분업이 가능해지면서 기술혁신이 촉진된다. 이 시장의 확대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관세장벽이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모든 상인들은 담합으로 인위적으로 상품의 가격을 올리고 양질의 값싼 외국상품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한다. 힘들게 외국 물건과 경쟁하느니 빗장을 걸어 잠그고 독점 이익을 누리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역사는 관세 하락의 역사다. 이를 낮출 때 모든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이익과 높일 때 일어나는 해악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제2차 대전 이후 생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과 그 후신인 세계무역기구(WTO)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주 세계경제를 덮고 있던 먹구름 두 개가 걷혔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방상원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의 새 자유무역협정(USMCA)을 압도적으로 승인한 일이다.

스스로를 ‘관세 인간’으로 부른 도널드 트럼프는 집권하자마자 연일 중국을 때리며 수천억 달러의 중국 물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 물품에 대한 보복 관세와 함께 미국 농산물을 사지 않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1930년대 주가 폭락과 함께 미국에서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악몽을 떠올리며 세계경제가 무역전쟁과 함께 침체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태는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2,000억 달러의 미국 물건을 사주고 미국은 중국산 물건에 대해 부과하려던 관세를 유예하고 일부 품목은 이미 부과된 관세도 깎아주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진짜 심각한 문제인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강제 기술이전 문제도 추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양국 간에 타협이 이뤄진 것은 중국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올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중서부 농부들의 표가 필요했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양국 모두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있을 경제적 타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방상원이 승인한 새 북미 자유무역협정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클린턴 때 시행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이 최악의 협정이라며 이를 단독으로 폐기할 것처럼 으름장을 놨지만 결국은 이와 대동소이한 새 협정을 체결하고 말았다.

새 협정은 구 협정에 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해 자국 노동자를 좀 더 보호하고 저임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등 다소 달라지기는 했지만 큰 맥락으로 보면 대동소이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지난 20여년 간 북미경제의 기본틀이었던 NAFTA를 일방적으로 폐기했을 때 초래될 극심한 혼란을 감당할 자신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다행스런 뉴스로 올 세계경제는 작년 우려했던 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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