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파장이 엄청나다. 그런 면에서 2020년에 치러지는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는 어떤 선거일까. 오는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아니다. 1월의 대만 총통선거다.” 호주의 로우이 연구소가 선거 전에 내놓은 진단이다.
왜 그토록 중요한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권위주의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대만 선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시대를 맞아 대리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선거결과는 아시아의 다른 민주주의 체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만에 친중 노선의 정권이 들어선다. 그 경우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주요 해로는 베이징의 수중에 떨어진다. 그 해로를 통해 원유공급을 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안보는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주변 미군기지들도 큰 위협에 봉착하게 된다. 한마디로 서태평양지역에서의 ‘팍스 아메리카나’시대는 자칫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것.
대만 선거에 베이징은 총체적 개입에 나섰다. 그 개입방법이 그렇다. 아주 노골적이다. 그리고 음험하기 짝이 없다. 베이징 발의 가짜뉴스 살포는 예사다. 불법자금으로 정치인을 매수한다. 한달에 3,00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파상적인 사이버공격을 해댄다. 거기다가 정보전쟁을 구사하면서 역정보를 쉴 새 없이 뿌려댄다.
그도 모자라 제도권 언론미디어를 중국자본을 통해 매입한다. 아예 언론기관 장악에 나선 것이다. 그뿐인가. 유력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사들인다. 이같은 미디어 장악을 통해 반(反)베이징 성향의 언론인, 지식인 등에 대한 공공연한 겁주기 작전도 서슴지 않았다.
‘대만 판 남남갈등’ 조장이랄까, ‘철저한 편 가르기’라고 할까. 대만의 민주화 프로세스를 망가트리기 위해 14억 인구에,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총동원해 ‘올 코트 프레싱 작전’을 펼쳐온 것이다.
말하자면 완전개방체제에 포화상태에 있는 대만 미디어시장의 허점을 파고들어 역정보전술을 통한 사회분열 작전을 조직적으로, 또 아주 집요하게 펼쳐온 것.
그 베이징의 공세를 인구래야 2,300여 만에 불과한 대만이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대만 선거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주는 또 다른 이유다. 시진핑 중국체제의 정보전쟁은 대만으로 국한되는 게 아니다. 중국 주변의 민주주의 체제들, 더 멀리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심지어 유럽지역에서도 전천후적으로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가짜뉴스를 살포해왔나. 그 작은 케이스의 하나는 민주진보당 후보자 차이잉원의 인격말살 작전이다. 가짜 박사학위를 돈 주고 샀다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에다가 아예 ‘순도 100%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투표일에는 ‘사스(SARS) 같은 집단 폐렴증세 내습’ 괴소문을 퍼뜨리면서 투표장에 가지 말 것을 호소하는 뉴스도 등장할 정도다.
이같은 갈등과 분열 조장을 통한 대만 민주주의 파괴도 모자라 베이징은 선거결과에 따라 무력응징도 가능하다는 협박을 끊이지 않고 있다. 극도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거다. 그 가운데 실시된 것이 지난 11일의 대만 총통선거다.
결과는 그러나 반 중국노선의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압도적 승리로 나타났다. 57%의 득표율로 친중파인 국민당 후보를 220여만 표 차이로 눌렀다. 동시에 치러진 의회선거에서도 민진당은 무난히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이처럼 홍콩에 이어 대만에서도 자유 민주세력이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루자 찬사가 잇달고 있다. ‘대만 국민과 미국 국민은 동반자를 넘어 정치, 경제, 국제적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공동체 일원’이라는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축전과 함께.
무엇이 그러면 이런 선거결과를 가져왔나. 시진핑의 일국양제(一國兩制)보장 약속은 홍콩의 민주화 항쟁사태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미국언론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그 결과는 홍콩과 대만에서 선거혁명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거다.
쉽게 이야기하면 무엇을 먹고 사느냐 문제 보다 자유, 민주주의, 주권.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 그 결과가 아닐까. 그러니까 ‘배나 부르면 그만이라는 개돼지가 될 수 없다’는 대만 국민들의 각오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인 것이다.
‘대만 선거가 중요하다’- 이는 총선을 3개월 앞둔 대한민국을 향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표퓰리즘 통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가운데 정권 발(發)의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시도 때도 없는 중국발 가짜뉴스도 모자라, 사사건건 국민을 편 가르기로 몰아간다. 그럼으로 해서 민주주의를 뿌리 째 흔들고 있는 선거 전야의 대만, 그 판박이, 아니 그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진 것으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그 압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수호 발언이다. 범죄행위로 검찰수사를 받은 조국이 겪은 고초에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던가. 조국 사태로 고통 받은 대다수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지 않으면 어려운 발상이자, 발언이 아닐까.
여기서 4.15 총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프레임을 한번 확인해본다. ‘자유민주주의 대 친중, 친북노선의 주사파 정권과 좌파연대세력의 대결- 틀리지 않는 정의 같다. 거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이런 게 될 것 같다.
‘개돼지이기를 거부하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폭주하는 좌파정권에 대한 심판 날’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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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