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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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긴장태세 완화

2020-01-15 (수)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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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드론 공격으로 이란의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 호위군 사령관을 사살한 후, 이 공격이 북한의 김정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가 겁을 먹고 지하에 숨어있었을까? 겁이 났었을 수는 있어도 숨지는 않았다. 그는 바로 나타나 순천련비료공장 건설현장에서 평상시처럼 현지 지도를 실행했다.

미국은 그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문제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수용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충분한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가 북한의 핵 개발의지를 약화시킬 것인가? 아니다. 반대로 핵과 미사일개발을 가속화하자는 그들의 입장을 강화시킬 것이다.

지난주 한국의 정의용 안보실장은 한국이 트럼프의 요청으로 김정은에게 트럼프의 생일축하인사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바로 다음 날인 11일,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성명을 내고 김정은 위원장은 “조미 수뇌 사이의 특별한 연락 통로”를 통해서 트럼프로부터 “생일축하인사를 친서로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계관은 한국이 북미 사이에 끼어들지 말라는 조롱 섞인 꾸지람도 했다. 이번 일은 트럼프가 한국의 체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는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금지와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 이행을 희망했었다. 하지만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의 보고와 최근의 외무성 고문의 성명을 볼 때, 김정은은 트럼프의 생각과는 달리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 전에는 핵협상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월1일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당 전원회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서 김정은은 북미협상의 “장기적 정체성에 대비하면서,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투쟁과 전략적 핵 억제력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어떻게 보면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병진정책으로의 환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전원회의 중 김정은은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와 “충격적인 실제행동”을 세상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마도 북한이 ICBM용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 실험, 진화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또는 고체연료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할지 모른다고 북한의 강경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전원회의 보고서 안에는 김정은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다시 하면서 미국이 설정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증후는 없었다. 그는 그가 더 이상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미국과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들을 열거했지만 중단약속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신년을 맞이한 북한은 지난 연말까지의 행보와는 달라 보인다. 즉 공세적 긴장태세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김정은은 대화재개를 위한 새로운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위협적인 수사도 들려오지 않고, 위협적인 도발이 임박했다는 증후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비핵화의 실현은 더 멀어지고, 비현실적인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협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 같지도 않다. 그는 미국은 금년이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국내정치와 선거에 매달리게 되고, 다시 재기될 수 있는 중동의 위기를 다루려면 북한에 신축성을 보일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당분간 관망의 전략’이다.

북한은 남한을 전적으로 외면한다. 5차 전원회의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북한은 남한이 “주제넘게” 북미 간에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다고 조롱한다. 북한의 태도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굴욕적인 모욕이다. 북한은 남한이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언제까지 일방적인 대북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가? 이 정책은 피학 도착증에 걸려 있는 것인가?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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