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큰 공항이 2개 있다. 하나는 현 회교 공화국의 창시자 호메이니의 이름을 딴 이맘 호메이니 공항이고 다른 하나는 메흐라바드 공항이다. 호메이니 공항은 국제선 전용이고 최근에 세워졌지만 규모는 작다. 최대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 공용인 메흐라바드 공항이다.
메흐라바드는 ‘아후라가 세웠다’는 뜻이다. 아후라는 누구인가. 악마 아리만과 싸우는 조로아스터교의 선신 아후라 마즈다를 말한다. 회교가 이란을 지배하기 이전 이곳에 살던 페르시아 민족이 믿던 종교는 ‘배화교’라 불리는 조로아스터교였다. 불을 숭배한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데 지금 추종자는 별로 없지만 이 종교가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세계를 선과 악의 투쟁의 장소로 보고 선의 편에 선 사람들은 세상이 끝나는 날 천국으로, 악의 편에 선 사람들은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이 종교 창시자 조로아스터다. 천국과 지옥, 최후의 심판 같은 개념도 여기서 나왔고 이는 훗날 기독교와 회교가 물려받았다. 천사를 뜻하는 ‘에인젤’과 천국을 뜻하는 ‘패라다이스’도 어원을 따지면 페르시아다. ‘에인젤’은 원래 ‘메신저’, ‘패러다이스’는 ‘담으로 둘러싼 정원’이라는 뜻이다.
페르시아는 또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이었다. 바빌론으로 잡혀간 히브리인을 풀어줘 이들에게 ‘메시아’ 칭호를 받았던 키루스 대왕 시절 페르시아는 인더스 강에서 동유럽, 이집트와 중동 전역, 흑해를 호수로 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당시 인류의 44%가 페르시아 치하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금까지도 이런 제국은 없었다. 키루스 대왕은 당시 정복자들이 피정복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노예로 삼았던 것과는 달리 이들 고유의 문화와 종교를 인정해주고 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해준 인물로 유명하다.
페르시아의 후신인 파르티아 왕국은 로마 전성기 때도 당당히 이에 맞서 싸운 강국이었다. 로마 최고 부자였던 크라수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군사적 명성까지 얻겠다고 파르티아까지 쳐들어갔다 참패한 후 사로잡혀 목에 녹은 금을 붓는 벌을 받고 죽었다 한다. 로마는 그 후 파르티아와 평화협정을 맺고 더 이상 그쪽을 넘보지 않았다.
페르시아인들은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근대 이전 최고의 철학자’로 불리는 이븐 시나가 페르시아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전문가인 그는 450권의 책을 썼는데 그중 240권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중 150권이 철학, 40권이 의학에 관한 것이라 한다. 그의 철학은 토마스 아퀴나스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한동안 잊혀졌던 그리스 철학을 서유럽에 소개해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요즘 빅 데이타와 인공지능과 관련해 수시로 나오는 ‘알고리듬’은 페르시아의 수학자 알-콰리즈미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사람은 인도인들이 만든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우리가 ‘대수’라고 배운 ‘algebra’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이 단어는 그가 쓴 ‘al-jabr’(‘완성’이란 뜻)에서 왔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역사와는 달리 근대 이후는 몰락과 치욕의 연속이었다. 19세기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져 영토를 잃었고 1953년에는 미 CIA에 의해 모사데그 총리가 쫓겨나고 팔레비 왕조가 들어섰다. 팔레비는 ‘백색 혁명’이란 이름으로 서구식 교육과 여성 참정권 부여 등 근대화를 밀어 붙였으나 이것이 전통주의적 회교세력의 반발을 사 1979년 권좌에서 축출된다.
그 뒤를 이어받은 호메이니와 회교 성직자들은 과거 페르시아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회교 극렬 세력을 후원, 중동에서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꿈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 국민들은 물라의 오랜 실정과 독재에 지쳐있고 경제는 악화일로는 걷고 있다.
이란 최고 군부실력자이던 솔레이마니가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후 이를 국민단합과 투쟁 동력으로 삼아보려던 이란 지도부의 계획은 실수로 민간 항공기를 격추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반발을 사는 등 오히려 수세로 몰리고 있다.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기 전 공격 사실을 흘린 것이나 그 후 추가 보복이 없다는 사실을 알린 것도 이란 지도부의 위신을 추락시켰다.
페르시아 제국이 사라진 지는 오래 됐지만 조로아스터와 이븐 시나, 알-콰리즈미가 남긴 업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란은 폭력 대신 문화적 업적으로 옛 영광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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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