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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다”

2020-01-02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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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명한 신학자 N.T. 라이트 교수 주장…그리스철학 시작 찬송·설교·기도서 의미 왜곡

▶ 예수님의 말씀과 초기 기독교인들 믿음처럼 ‘하나님의 왕국이 이 땅에 구현’이 진정한 천국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저명한 신학자 N.T. 라이트 교수는 진정한 천국은 하나님의 왕국이 이 땅에서 구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AP]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천국에 갈 날만 기다리며 이 땅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믿음이 조금 ‘세다’라는 기독교인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 본향이라고 믿는 천국에 가는 날이기 때문에 죽음을 축복이라고 믿는 셈이다.

그렇다면 천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믿음이 있다는 기독교인은 천국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을까? 천국은 기독교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의 상상과 믿음에 따라 영화에 비친 천국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많은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들은 천국은 사람이 죽은 뒤 가는 ‘곳’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저명한 신학자 니콜라스 토마스 라이트 교수는 “신약 성경은 천국을 사람들의 믿음처럼 말하고 있지 않다”라고 일침한다.


라이트 교수는 ‘천국은 영원히 진행 중인 하나님의 왕국을 통해 회복되어지는 창조물에 관한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라이트 교수는 타임 매거진 사설을 통해 현대 기독교인들과는 반대로 초기 기독교인들은 천국을 단순히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으로 이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라이트 교수는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는 사상을 믿은 사람들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와 같은 중기 플라톤 학파 철학자들이라고 초기 기독교인들의 믿음과 선을 그었다.

라이트 교수는 “초기 예수 추종자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이해하려면 유대인들의 소망, 로마의 제국주의, 그리스 철학이 혼재된 시기인 신약 성경을 읽어야 한다”라며 “당시 복잡한 시대 상황에서 탄생한 예수 추종자들은 천국과 인간 세상은 하나님의 좋은 창조물의 쌍둥이 반쪽으로 여겼다”라고 설명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인간을 세상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천국과 인간 세상을 하나로 모아 창조물을 새롭게 하고 세상을 질병으로부터 회복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천국의 목적은 하나님이 그의 주권적인 능력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죽음에서 부활시켜 새롭게 회복된 창조물 안에서 나누기 위한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예수로 인해 가능하다는 것이 초기 기독교인들의 믿음이다. 라이트 교수는 “예수의 부활이 위대한 회복의 시작점이라는 것이 초기 기독교인들의 굳건한 믿음”이라며 “예수는 천국과 인간 세상의 완벽한 혼합체를 그 자신 안에 구현하신 분으로 예수 안에서 유대인들의 소망이 실현됐다”라고 강조한다.

라이트 교수는 천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가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천국의 삶이 인간 세상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라이트 교수는 “예수는 그의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왕국이 천국의 모습대로 이 땅에서 이뤄지도록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3세기경부터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이 초기 기독교인의 천국에 대한 믿음을 플라톤 사상과 혼합해 ‘천국은 인간 세상을 떠나가는 곳’이란 사상을 만들어냈는데 이 같은 사상이 중세 시대 이후 지금까지 천국에 대한 주류 사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라고 설명한다.

라이트 교수는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 포스트와 예전에 실시한 인터뷰에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복음을 가감 없이 이해하려면 수 세기 동안 잊힌 신약 성경에 나타난 유대인 영혼의 유산을 재발견해야 한다”라며 “사도 바울은 유일한 하나님이 진정한 구세주를 보내셨다는 믿음 아래 유대인으로서 말하고, 쓰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라이트 교수는 또 “신약 성경을 역사적으로 공부하면 초기 기독교인들은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예수의 몸으로 오셨음을 믿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하지만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으로 해석된 현대 찬송과 설교, 기도문 때문에 초기 기독교인들의 믿음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2014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약 72%는 천국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같은 설문 조사에서 비종교인 중 약 37%도 천국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바 있다. 설문 조사 참여자들은 천국은 선한 삶을 산 사람들이 영원한 보상을 받는 장소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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