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털라이크’ 패션의 중심으로
양털처럼 ‘복슬복슬’ 가볍고 따뜻...보온성+디자인으로 롱패딩 밀어내
▶ ‘테디베어 코트’ 셀럽 인싸템 등극, 아웃도어 ‘플리스’ 상품 완판 행진
럭셔리 브랜드 ‘천연소재’로 승부, 로퍼·백·참 등 소품도 ‘양털 유혹’
막스마라 테디베어코트
제가 아는 패션피플 중 가장 최첨단 선에 있는 친한 지인은 얼마 전 파타고니아에서 남녀 커플로 블랙, 아이보리 컬러의 플리스 재킷을 구입하고 친정 부모님께는 노스페이스 플리스 재킷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에게는 두 달 뒤 있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그 양털 로퍼를 선사했다지요.
그간 롱패딩이 겨울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면 지난해부터 조금씩 불기 시작한 양털인 척 하는 일명 ‘뽀글이 패션’이 한국의 가을과 겨울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실제 양털로 만든 아우터가 인기를 이어가는 한편 양털처럼 복슬복슬하게 양털의 느낌이 나면서도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폴리에스테르 계열의 직물인 ‘양털라이크’ 소재 플리스가 가성비라는 날개를 달고 거의 대란 수준입니다. 특히 기존 플리스 대신 기능과 디자인이 강화돼 조금 더 비싸진 프리미엄 플리스류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볍고 따뜻하고 멋스럽기까지 한 양털의 매력은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올 겨울 플리스 소재로 대변되는 양털 점퍼 하나 없으면 패션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요.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아웃도어는 물론 리빙 브랜드까지 관련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코트와 점퍼, 발을 포근히 감싸주는 슬리퍼, 애완동물을 위한 워머 등 상품도 다양합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진짜 양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면 “양털 같은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올 겨울 잇템으로 충분하다”고 전합니다.
◇‘양털라이크’ 패션의 불 당긴 테디베어 코트=지난 겨울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아우터 중 하나가 바로 ‘테디베어 코트’였습니다. 어릴 적 갖고 놀았던 곰 인형의 질감을 코트에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복슬복슬한 옷감이 체형을 한껏 부풀어 보이게 해 그야말로 귀여운 곰 인형을 연상시켜 그 같은 이름이 붙여졌었죠. 사실 테디베어 코트의 원조는 막스마라가 꼽힙니다. 막스마라의 테디베어 코트는 1980년 첫 선을 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가 2013년 다시 등장해 그간 셀렙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특히 지난해 유독 벙벙한 오버사이즈 아우터 트렌드와 더불어 지난해 겨울 아이콘으로 떠올라 막스마라의 완벽한 부활을 이끌어 냈습니다. 올해는 에메랄드, 블루 등 더욱 강렬한 컬러로 테디베어의 새로운 트렌드를 열어갈 모양입니다. 테디베어 코트는 카멜 퍼, 시어링(짧게 깎은 양털) 등의 소재부터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털을 만든 페이크 퍼(가짜 모피)까지 다양한 소재로 출시됩니다. 롱패딩에 버금가는 볼륨감과 두께감에 컬러감까지 하나 정도는 소장해야 ‘옷 좀 입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요. 테디베어 코트는 자칫 볼륨감 때문에 스타일링이 어려울 것 같지만 되레 이너를 슬림하게 입을수록 날씬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는 거 기억하세요.
◇페이크 퍼의 하이라이트 ‘플리스 변주곡’=유니클로가 견인해 온 플리스는 1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의 수요와 맞물려 역대 가장 큰 겨울 아우터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히 과거 롱패딩 열풍 만큼이나 플리스 열풍은 뜨겁네요. 가격대가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롱패딩이나 몽클레어 같은 프리미엄 패딩과 달리 가성비가 높기 때문에 이번 플리스 사랑은 좀 다른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50만원을 훌쩍 넘었던 토종 롱패딩이나 200만~300만원대의 프리미엄 패딩의 경우 겨울철 이 제품 하나에 올인하고 지갑을 닫아 버렸던 과거와 달리 플리스는 컬러나 디자인, 길이별로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착해 여러 아이템들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랑비에 옷 젖는 소비자들이 반가운 셈입니다.
등산복의 침체 속에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롱패딩 대신 리버서블 플리스나 롱 플리스로 변주를 주며 새로운 고객 창출에 한창입니다. 지난 9월 실검까지 장악했던 디스커버리 ‘부클 테크 후리스’는 겉은 풍성한 부클 소재, 안은 부드러운 플리스 등 이중 구조로 제작돼 보온성이 강점이지요. 8만장이 3주 만에 완판된 데 이어 23일 기준 4차 리오더(예약판매 1만장) 중입니다.
네파는 한쪽은 보송보송한 부클 플리스, 뒤집으면 구스다운 우븐 겉감이 적용된 리버서블 ‘피오패리스(패딩+플리스)’로 일교차가 큰 간절기부터 추운 한 겨울까지 모두 잡겠다는 하이브리드형 반전 재킷도 만들었습니다.
휠라의 ‘보아 플리스’ 재킷은 간절기에는 아우터로, 한겨울에는 ‘미들 레이어’ 용도로 두터운 겨울 아우터 안에 레이더링해 입기 좋아 실용성이 탁월하죠. 워낙 잘 나가다보니 출시 물량은 전년 대비 6배 가량 늘렸고 스타일 역시 지난해 2개 스타일(7종)에서 10개 스타일 32종으로 확대 출시했습니다. 대표 아이템 ‘휠라 팝콘 보아 플리스 재킷’은 팝콘을 연상케 하는 복슬복슬한 보아 소재를 적용한 것으로, 이너 재킷이나 레이어링 제품으로 적절합니다.
스튜디오 톰보이가 출시한 ‘칼라 배색 양털 점퍼’는 포근한 소재와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여 20대~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입니다. 몽글몽글 결이 살아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전달하며 왼쪽 가슴과 목, 소매, 밑단에 다른 색상으로 포인트를 줘 경쾌하면서도 개성있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는 천연 양털로 구애 중=천연 양털은 땀을 흡수하고 보온성이 좋아 피부를 보송보송하게 유지해 주는 장점이 있어 가격이 높지요. 올해 샤넬은 시그니처인 트위드와 양모 양털을 믹스한 베스트를 내놓았고요, 젊은 층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발렌시아가도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의 묘미를 더해 줄 양털 후드와 집업 점퍼로 승부를 걸었답니다. 남성들 입소문 난 아크네는 ‘양털 무스탕’으로 시크한 스타일을 이어갑니다.
나이키, 리모와, 젠틀몬스터 등 쟁쟁한 브랜드와 콜라보로 유명한 엠부쉬는 퍼렐, 비욘세, 지디 등이 여기 액세서리를 착용하면서 유명해진 브랜드인데요, 엠부쉬의 상징적인 오렌지 양모 오버핏 재킷도 눈에 띕니다. 힙한 스트리트 감성이 물씬 풍기네요.
양털이 의류 뿐 아니라 액세서리에도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가 퍼 소재로 화려한 디자인을 과시하고 있지요. 루이비통의 양털 범백을 들고 다니면 그 자체로도 몸의 온도가 2도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워낙fur)로 유명한 펜디에서 양털백이 안 나온다면 자존심이 상하겠지요. 펜디는 브라운 양털 바게트 백과 양털 몬트레조와 더불어 양털 백참으로 퍼를 좋아하는 여성을 유혹합니다.
저도 하나 구입했지만 어그의 양털 슬리퍼는 매년 품절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핫한 제품으로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신을 수 있는 궁극의 슬리퍼죠. 천연 양털 재킷의 가격이 부담스러워 대안으로 풍성한 천연 양털이 발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슬리퍼를 택해 보았지요. 맨발로 신어야 감촉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양털 로퍼도 요즘 인기입니다. 로로피아나의 양털 로퍼는 천연 가죽 소재의 스웨이드 외관에 바닥부터 측면까지 신발 내부 전체를 감싸는 풍성한 양털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겨울철 데일리 슈즈로 부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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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