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세우고 지켜가야 할 소녀상
2019-11-01 (금) 12:00:00
미국에서는 최초로 6년 전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시립공원 내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를 미국사회에 알리고 일본의 참회와 반성을 촉구하는 아픈 역사의 상징물로 자리 잡아 왔다. 당시 소녀상 건립을 막기 위해 미 정계를 상대로 전 방위적 로비를 벌였던 일본정부는 소녀상이 세워지자 일본 극우단체를 앞세워 소송을 벌이는 등 철거를 위한 집요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소송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으며 대법원은 2017년 3월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와 관련한 상고 신청을 각하했다. 양식 있는 시민들의 승리였다.
하지만 연방대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소녀상 철거를 위한 물밑 공작과 로비를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당시 글렌데일 시장으로 소녀상 건립을 적극 지원했던 프랭크 퀸테로 현 시의원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퀸테로 시의원에 따르면 최근 부임한 LA주재 일본 총영사가 “내 임무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총영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소녀상 철거라니, 일본정부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일본정부 태도에 비춰볼 때 이 발언은 그리 놀라운 게 아니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과 만행을 숨기고 왜곡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역사전쟁의 최전선, 즉 ‘주전장’으로 여기는 곳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지난 2105년부터 막대한 국가홍보 예산을 투입해 미국 내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7일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 한인타운에 미국 내 5번째 소녀상이 세워졌다. 겉보기엔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지만 이면의 사정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이 소녀상이 미국에 도착한 것은 3년 전. 하지만 일본의 방해로 세울 곳을 찾지 못해 창고를 전전해오다 이번에 한인독지가의 후원으로 일단 한인타운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당초 목표였던 워싱턴 시내 혹은 미국 대학 내 건립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미국 내 몇몇 곳에 소녀상이 섰다고 만족하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퀸테로 시의원 증언에서 드러났듯 일본은 새로운 소녀상 건립을 막는 것은 물론 이미 세워진 소녀상까지 끌어내리려는 조직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인사회의 단합과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와의 연대뿐이다. 역사의 진실을 증언해줄 소녀상을 더욱 많은 곳에 세우고 지켜내는 데 한인사회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