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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신도 수 줄지만 헌금은 는다

2019-10-30 (수)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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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기관 절반이 3년간 상승세

▶ 흑인 개신교회는 59%나 증가...가톨릭 성당 53% 줄어 대조적

종교계, 신도 수 줄지만 헌금은 는다

신자 수 감소에도 불구 미국내 상당수 종교 시설이 헌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P]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각 종교기관들이 헌금 감소를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 헌금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 기관의 재정문제를 연구하는 인디애나대학 산하 레이크 인스티튜트가 최근 발표한 연구조사(NSCEP)에 따르면 미국내 종교 시설 중 절반 가까운 48%가 지난 3년간 헌금 수익이 늘었다. 이번 조사에는 개신교 교회, 가톨릭 성당, 유대교 회당, 이슬람 사원 등 전국의 38만개 종교 시설 중 1,231개를 표본 대상으로 실시했다. 17%는 헌금이 예년과 비슷했으며 감소한 곳은 35%로 나타났다. 각 종교시설에서 거둔 헌금 수익의 중간 액수는 가장 최근의 통계인 2017년 기준 16만9,000달러였다.

■가톨릭이 수익 감소 영향 최대

다양한 종교 시설 가운데 헌금 수익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가톨릭 성당. 무려 56%가 헌금이 줄어들어 가장 비율이 높았다. 수익이 늘어난 성당도 31% 비율로 최저치였다.


반면 흑인 개신교회와 백인 복음주의 교회들은 각각 59%와 51%가 헌금이 늘어나 큰 대비를 이뤘다. 헌금이 줄어든 곳도 각각 27%와 28%로 가장 영향이 적었다. 개신교 전체로도 절반 가까운 48%가 헌금이 늘었고 38%는 감소를 기록했다.

이외 유대교와 이슬람을 비롯한 기타 종교 시설들도 절반이 넘는 53%는 헌금이 늘었고 33%만이 수익 감소를 호소했다.

헌금 수익의 변화와 깊이 연관된 신자 수의 증감을 살펴봐도 가톨릭 성당이 전체 종교 시설 중 가장 많은 53%에서 감소를 보였고 신자 수가 늘어난 곳도 24%로 가장 낮았다.
반면 흑인 개신교회와 백인 복음주의 교회들은 각각 62%와 42%에서 신도 수 증가를 보여 각각 신도 수 감소를 보인 27%와 28%의 비율을 2~3배 앞질렀다. 개신교 전체로는 32%가 증가를, 49%가 감소를 기록했고 기타 종교 시설도 37%가 증가를, 46%가 감소를 보고했다.

■신자 줄어도 헌금 수익은 굳건

미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남침례교단은 최근 열린 연례 교단 총회에서 신도 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헌금은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8년 기준 교단이 집계한 헌금 규모는 전년대비 8,200만 달러가 늘어난 118억 달러다. 신자 수는 1,480만명으로 전년도 집계보다 1.28%(19만2,404명)가 줄었다.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06년의 1,630만명 이후 12년 연속 감소이자 1987년 이후 최저 수준임에도 헌금 수익은 늘었다.

복음주의 교단도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2017년 기준 총 133억 달러의 헌금 집계를 기록해 전년대비 5.9% 늘었다. 2014년의 6.1%,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2% 증가의 연장선인 동시에 10년 전보다도 3.5% 늘어난 것이다.

신자 수 감소는 종교와 교단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추세가 된지 이미 오래다. 퓨 리서치 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미국인의 65%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혀 10년 전보다 무려 12% 포인트 줄었다. 개신교 신자도 10년간 51%에서 43%로, 가톨릭 신자도 23%에서 20%로 감소했다. 특히 가톨릭 신자는 히스패닉계의 뚜렷한 감소로 미래를 걱정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실제로 히스패닉계 가톨릭 신자는 10년간 57%에서 47%로 10% 포인트 줄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신자 감소 헌금 증가 지속될까?

그간 종교 시설마다 신자 수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현상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고 할 텐데 헌금 수익이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만도 하다. 신자 수 감소가 수익 감소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자 수가 줄었어도 헌금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신자 개개인이 부담하게 된 헌금의 몫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그저 왔다 갔다 하는 많은 신자 대신 재정적인 헌신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알곡 같은 신자만 남는다면 헌금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종교 시설에서 이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종교 시설의 92%가 종교 예식 도중 거두는 헌금에 모든 재정을 의존한다는 점에서도 종교기관들이 앞으로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34%의 종교 시설이 기부기금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결혼식, 컨퍼런스, 데이케어, 학교 등으로 시설을 임대하는 재정 수익 충당법도 제시됐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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