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이 약사시험 부정이라니…

2019-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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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약사시험에서 한인이 부정행위를 저질러 응시자 전원의 시험결과가 무효처리 되었다. 응시자들이 겪고 있을 불편과 실망감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부정행위자가 한인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번 파장이 상당히 크고 보면 한인의 집단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캘리포니아 약사위원회는 지난 7월 9일 실시된 약사실무기준 및 법규시험에서 한인 김모씨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시험문항 100개 이상이 인터넷 공유서비스를 통해 유출된 것이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한다. 부정을 저지른 김모씨만 처벌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유출된 시험문제를 얼마나 많은 응시자들이 공유했을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응시자 전원이 애써 공부해 치른 시험 모두가 무효로 처리되었다. 혼란과 논란이 얼마나 클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약사는 의사 변호사와 함께 한인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CVS 등 대형 체인약국에 가면 한인약사들을 심심찮게 만날 정도로 우리 2세들 중 약사가 많다. 약학대학에서 수년 동안 공부한 후 인턴과정을 거치고 면허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으로 특별히 우려가 되는 것은 한인사회의 이미지이다. 가주 약사위원회는 부정행위자가 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시험이 무효처리된 응시자들도 지금쯤은 그 내막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인사회는 그러잖아도 ‘부정’과 관련된 이미지로 불편한 일들을 심심찮게 겪었다. 국세청 탈세단속 때는 한인타운 회계사 사무실들이 눈총을 받고, 의사나 변호사 면허박탈 자격정지 등 중징계 대상 중에 한인들이 적잖게 들어있곤 했다. 직업윤리 문제가 종종 제기되어온 배경이다.

약사 역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하는 만큼 직업윤리는 필수다. 시험부정은 시험성적만의 문제가 아니라 약사로서 자질의 문제이다. 정직과 성실, 배려는 환자를 대하는 기본자세이다. 이번 시험부정 사건을 계기로 한인 전문직 종사자들 그리고 전문직을 추구하는 한인 젊은이들이 직업인으로서의 윤리관을 먼저 확실히 하기를 바란다. 부정사건에 한인이 연루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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