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량위기가 온다

2019-10-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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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의 빙판이 급격한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거대한 화재로 아마존 숲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다.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에 폭풍이 몰아친다. 가뭄에, 홍수에, 이상열파에, 혹한이 교대로 몰아친다.

이상기후 시대에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뉴스들이다. 지구는 몸살, 그것도 아주 심한 몸살에라도 걸린 것 같다. 이처럼 미처 날뛰듯 한 천재지변은 정말이지 위협적이다.

“이상기후가 가져올 보다 더 심각한 위협은 그러나 다른데 있다. 인류문명의 가장 근본적 토대를 이룬다고 할까. 그런 식량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1,400 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내린 경고다.


히말라야 빙하의 경우를 보자. 빙하가 녹는다. 그러면 해수면이 오르는 것만 생각하기 쉽다. 빙하가 식량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간과하기 쉽다.

아시아지역 인구의 절반 정도는 히말라야 빙하에서 흐르는 물에 의존해 살고 있다. 식수는 물론 공업용수, 농업용수로도 이용하고 있다.

수천년 동안 히말라야를 발원지로 한 수자원은 부족한 때가 거의 없었다. 해마다 겨울이면 힌두쿠시- 히말라야 고지대에는 눈과 얼음이 쌓여 녹아내린 물을 넉넉히 보충해 주었던 것.

지금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그 히말라야 빙하는 2100년이면 2/3 이상이 녹고 만다. 이는 심각한 물 부족사태를 야기해 식량시스템 붕괴와 함께 8억 인구의 생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뿐이 아니다. 이라크, 시리아와 그 밖의 상당부분의 중동지역은 이미 잇단 가뭄과 그에 따른 사막화로 농업 부적격지역이 됐다. 남부유럽지역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미국의 현 곡창지대들도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는 것으로 나사(NASA)는 경고하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미국의 대평원지역과 남서부지역은 거대한 황진지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들은 현재 세계의 주요 식량공급지대다. 그런데 지구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이 지역에서의 주 곡물 수확은 10%씩 줄어 수십 년 내에 40%의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상적 환경에서는 한 지역에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다른 지역에서의 여유분으로 커버된다. 그러나 IPCC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상기후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각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인 식량 부족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식량 부족사태는 기아율 증가에, 영양실조 만연, 어린이 발육부진 사태 등을 수반하면서 전 세계적인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량을 찾아 사람들은 살던 곳을 떠난다. 이는 오랜 가뭄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과테말라, 시리아, 소말리아 등지에서 이미 목도되고 있는 현상으로 식량을 찾아 떼 지어 움직이는 거대한 난민의 물결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가 잇달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촌을 위협하는 최대 위협요소로 한 국가, 더 나가 국제사회의 안보와 직결된다.” - 이 말이 점차 실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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