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맹보다 이익…”트럼프,‘시리아 철군’자충수

2019-10-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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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 쏟아지자 수습“터키, 도 넘으면 경제 말살”

▶ 다음 날엔“터키·쿠르드 둘 다 우리 편”오락가락

시리아내 쿠르드족 침공 묵인 의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미군과 함께 피 흘려 온 쿠르드족을 내치고,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재차 결정하면서 다시 한번 ‘세계 경찰’의 역할을 포기하는 자국 이기주의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드러냈다는 비난이 치솟고 있다.

취임 이후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자유무역을 비판하면서 자국 실리를 무엇보다 우선하는가 하면, 동맹을 향해 값비싼 청구서를 던지며 ‘약속’보다 ‘계산’에 치중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동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시리아 철군을 거듭 얘기하면서 그의 ‘아군’인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백악관이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라며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비난의 발단이 됐다. 미국이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을 사실상 묵인한 발언이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오전 트위터에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다는 글을 올리며 그의 자국 이기주의를 겨냥한 비난이 급히 끓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며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 30일 동안 시리아에 있을 것”이라면서 “쿠르드족은 우리와 함께 싸웠지만 막대한 돈과 장비가 지불됐다”고 철군 이유를 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공화당 인사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미치 매코널 연방상원 원내대표는 “시리아에서의 황급한 철수는 오직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아사드 정권만 이롭게 하는 것”이라며 IS 등 테러 집단이 재결집할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지 분명히 하고 싶다”며 “쿠르드를 포기함으로써 미국의 명예에 오점이 될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 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헤일리는 “동맹이 우리를 보호하길 원한다면, 우리도 항상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쿠르드는 시리아에서 IS와 성공적인 전투를 치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연방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미국은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를 공격하는)터키의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역시 터키 측에 일방적 군사행동이 위험을 초래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강력하게 말해온 것을 되풀이하자면 나의 위대하고 비길 데 없는 지혜에 근거해 터키가 도를 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터키의 경제를 완전하게 파괴하고 말살시킬 것(나는 전에도 그랬다!)”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180도 태도를 바꿔 “터키는 우리 파트너”라며 극진하게 예우했다. 토사구팽 취급을 한 쿠르드족을 향해서도 “절대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등 논란을 진화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설익은 정책 발표로 해명에 해명만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쿠르드 측 시리아민주군(SDF)을 인용 “미군이 이미 터키 국경 지역에서 철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불분명해진 것이다.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를 이미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국영 사나 통신은 8일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하사카주 SDF 기지를 공격했고 북동부 락까를 공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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